코스피가 1850선 마저 내주고 말았다. 20일 장중 한 때 1844.79포인트까지 빠지면서 연중 최저치를 새로 썼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연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발언한데다 중국 제조업지수가 예상을 밑돌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이날 오후 2시 1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2.73포인트(2.26%) 빠진 1845.58을 기록 중이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4300억원 가량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코스피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에도 못 미치는 1850선을 밑돌면서 코스피의 추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향후 코스피 전망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우울한 분석을 내놨다. 1800선 초반까지 조정받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임수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11월 형성했던 저점을 또 다시 테스트하고 있다" 며 "1800선 초반까지 조정 받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 글로벌 자금이 달러화로 몰려 신흥시장에서 글로벌 자금 유출이 더 빠르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열흘 째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는 뚜렷한 상승 재료가 없고, 2분기 기업들의 실적 시즌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조정 장세는 더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3분기까지는 호재보다 악재가 많다"며 "1850선을 기점으로 위아래로 30포인트 가량 등락하는 박스권 횡보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가 부진을 털어내고 반등하기 위해서는 2분기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필수 요인이다. 2분기 기업들의 의미있는 실적 개선이 확인되면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전에는 증시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서 강한 지지력을 보여줬는데 전통적인 중국 수혜주인 화학, 정유, 건설 실적이 둔화되면서 PBR 0.6~0.7배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며 "증시가 의미있게 반등하기 위해서는 2분기 실적 모멘텀이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이 선행돼야 국내 증시를 떠난 외국인도 발 길을 돌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