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Fed)이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양적완화라는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기 시작하겠다고 선언하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주가가 큰 폭으로 추락했다.

채권금리 상승(채권값 하락)과 달러화 강세 기조가 분명해지면서 글로벌 자금 흐름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는 등 하반기 회복할 것으로 기대됐던 실물경제도 타격을 받는 모습이다. 한국의 주식·채권·원화 모두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현재 전망대로 경제가 회복된다면 올해 말부터 양적완화 속도를 늦추기 시작해 내년 중반 채권 매입을 중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양적완화 중단 시기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훨씬 매파적인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출구' 문 연 버냉키…글로벌시장, 길을 잃다
이 여파로 20일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유럽에서는 영국 FTSE100지수가 전날보다 3%가까이 하락했고 독일 DAX30지수와 프랑스 CAC지수도 3.2%, 3.6% 각각 떨어졌다. 범유럽 지수인 Stoxx600은 2.9% 하락했다.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보다 늘어난 것이 낙폭을 키웠다. 미국 노동부는 이날 지난주(15일까지)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시장 예상치(34만건)보다 많은 35만4000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제조업지수가 9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7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77% 각각 내렸다. 국제 유가와 금 등 원자재 값도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국내 금융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오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94%로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4608억원어치 순매도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 하락한 1850.49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4원90전 오른 달러당 1145원70전을 기록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주식과 채권의 동반 강세는 각국 중앙은행의 제로 금리 정책과 무제한적인 현금 공급으로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출구 전략 신호를 보내면서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그동안 자금이 몰려 가격이 올랐던 금융시장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외국인 자금이 빠져 나가면서 전반적인 하락 기조 속에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귀동/남윤선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