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의 김은준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가운데)과 연구원들이 연구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기초과학연구원(IBS)의 김은준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가운데)과 연구원들이 연구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인간의 뇌 속에는 1000억개에 달하는 신경세포 ‘뉴런’이 있다. 각각의 뉴런은 다른 뉴런과 연결돼 신경 정보를 주고받는데, 연결 부위인 ‘시냅스’는 뉴런 하나당 1만여개에 이른다. 뇌 속에 있는 시냅스가 1000조개나 되는 것이다. 작은 뇌 속에 ‘우주’가 있는 셈이다.

김은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은 “이 시냅스에 존재하는 단백질은 정신병을 치료할 수 있는 ‘열쇠’”라고 말했다. 시냅스에 어떤 단백질이 있는지 밝혀내고, 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연구함으로써 정신질환의 원인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은 이 분야 연구를 통해 유전자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증 등 다양한 정신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밝혔다.

◆유전자 연구로 자폐증 원인 밝혀


이 분야 연구는 5~6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새로운 분야다. 김 단장은 “기존에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등 신경과 영역에 해당하는 질병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았다”며 “자폐증 ADHD 정신분열 등 정신과 영역의 질환은 신경과 질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인이 불분명했다”고 말했다.

시냅스의 특정 단백질이 정신질환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뇌질환 연구자들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김 단장은 KAIST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이 분야 연구가 막 시작되기 시작한 1995년 합류했다.

1997년 귀국한 뒤에는 부산대에서 3년, KAIST에서 13년, 총 16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이 분야 연구를 지속해왔다. 선제적으로 뛰어들어 연구를 진행한 만큼 연구단이 이룬 성과는 국제적 수준이다. 2011년에는 ADHD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찾아내 이 유전자가 없는 생쥐를 만들어 실제로 유전자의 영향을 검증했다. 이 연구 성과는 ‘네이처 메디슨’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지난해에는 강봉균 서울대 교수, 이민구 연세대 교수 연구진과 함께 자폐증의 원인을 밝혀 ‘네이처 지네틱스’에 논문을 냈다. 특정 유전자가 호흡기·소화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던 이 교수가 김 단장에게 공동 연구를 제안했고, 전기생리학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강 교수 연구진의 도움을 빌려 낸 성과였다.

◆산업화 빠른 편

통상 기초연구가 응용 단계를 거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이 분야 연구 결과는 인과관계의 고리가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빠르게 산업화되고 있다. 김 단장은 “지난해 말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자폐를 치료하기 위해 임상테스트하는 약물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6개 중 4개가 시냅스 유전자 기능을 조절하는 내용이었다”며 “그동안 자폐증엔 약이 없어 환자는 물론이고 가족·담당의사까지 고생했다”고 말했다.

뇌과학 연구는 아직 밝혀진 것보다 앞으로 밝혀낼 것이 더 많다. 김 단장은 “시냅스 뇌과학 분야에서도 지금까지 알려진 시냅스 속 단백질 수는 1000여개지만 이 중 기능이 밝혀진 단백질은 30개도 안 된다”고 했다.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도 뇌과학 연구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김 단장은 “전기생리학 동물행동분석 분자세포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 연구의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하기 때문에 융합이 중요한 분야”라며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자라면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 시냅스

신경세포 뉴런 사이의 연결 부위를 가리킨다. 한 개의 뉴런은 수천개에서 1만여개에 이르는 다른 세포와 시냅스로 연결돼 있다. 이 연결 부위를 통해 신경 전달물질이 이동한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