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금융인 마감한 이팔성 "우리금융 민영화 너무 서둘러"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69)과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69)이 14일 나란히 퇴임했다.

이 회장은 1967년 우리은행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행해 은행 생활을 시작했다. 수송동지점장 남대문지점장 등을 지내며 한일은행의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각광받았다. 1996년엔 상근이사로 승진했다. 이어 한빛증권 사장과 우리증권 사장 등을 거쳐 2008년부터 5년간 우리금융 회장을 맡았다. 서울시향 대표로 잠깐 외도를 한 적이 있지만 40년 넘게 금융계에서 생활했다.

이 회장은 이임식에서 “민영화 완수라는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물러나게 돼 애석하게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그룹의 염원인 민영화를 위해 임직원들과 함께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세 차례의 민영화를 시도하면서 17%의 지분을 블록세일로 판 것에 만족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 대해 쓴소리도 남겼다. 그는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에서 속도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 같다”며 “국내 금융산업 발전보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만 주력하는 느낌”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임식 후 우리은행 본점 로비에 모인 계열사 임직원 100여명의 배웅을 받으며 떠났다.

박 사장은 27년 동안 재무관료로 일했다. 재정경제원 공보관을 지낸 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7월 코리안리의 전신인 대한재보험 사장으로 옮겨왔다. 그는 사장직을 5연임(15년)하면서 흔들리던 코리안리를 아시아 1위, 세계 10위 재보험사로 키워냈다.

박 사장은 “파산 직전의 부실기업을 글로벌 10위 재보험사로 일으켜 세웠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머리를 맞대고 직원들과 밤새 고민했던 시절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신용등급 ‘A-’를 획득한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2006년까지 BBB급 기업이었던 코리안리는 베트남 등에서 글로벌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2006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실무자를 만나 위험 관리 능력과 성장성을 설명해 ‘A-’를 받는 데 성공했다.

박 사장은 앞으로 2년 동안 코리안리의 고문을 맡게 된다.

장창민/김은정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