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는 12일 지난 13년 간 끌어온 특허분쟁을 마무리짓고 포괄적 특허 사용 계약(라이선스)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0년 이후 두 회사가 각국에서 진행해 온 '특허침해' '반독점' 등 소송은 모두 취하될 예정이다.
계약 대상은 램버스가 보유한 반도체 전 제품 기술 관련 특허. SK하이닉스는 과거 사용분을 포함해 향후 5년 간 대상 기술의 사용권한을 갖게 된다. 계약금액은 5년 간 분기당 1200만 달러(한화 약 136억원), 총 2억4000만 달러(약 2700억원)다.
이번 계약으로 SK하이닉스는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특허 사용료는 이미 충당금에 반영돼 재무상 부담은 없다"며 "앞으로는 경쟁력 확보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램버스 역시 특허 사냥꾼 이미지를 벗고 반도체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 제롬 네이들 수석부사장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지난 4일 한국을 찾아 "앞으로 지식재산(IP) 특허를 놓고 소송을 벌이는 일은 가급적 없을 것"이라며 "IP 라이선스 사업은 상호 협력하는 형태로 전략을 선회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램버스와 라이선스를 맺으면서 특허 사용금액을 최소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램버스가 각각 요구했던 특허 사용료가 크게 달랐다"며 "법원에서 손해배상액 감면 판결이 나온 뒤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SK하이닉스가 당초 논의됐던 사용료를 절반 수준으로 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달 미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램버스가 SK하이닉스와의 소송에서 증거를 파기한 것은 불법이라며 원심에서 확정된 SK하이닉스의 손해배상액 4억 달러(+경상로열티) 중 2억5000만 달러를 감액하라고 결정했다.
SK하이닉스에 앞서 2010년 램버스와 라이선스를 체결한 삼성전자는 5년 간 9억 달러(특허사용료 7억 달러+ 지분투자 2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램버스에 내는 사용료는 적절한 수준으로 보인다"며 "모바일D램 등에서 램버스가 가지고 있는 우수한 기술을 놓고 봤을 때 이번 계약은 SK하이닉스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램버스와의 소송에 따른 부담이 사라지면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지난 10일 25나노 기술을 적용한 8기가비트(Gb) 모바일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동일한 25나노 공정에서 4Gb 제품을 양산한 지 두 달도 안돼 이보다 한 단계 앞선 제품을 개발해 낸 것. SK하이닉스는 8Gb 제품을 연내 양산해 고용량화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계획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