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보다 물가 더 떨어진 탓…가계부채 360兆에 영향

기준금리 인하 등에 시중 대출금리가 내렸지만 물가변동폭을 뺀 가계 대출자의 실질 이자부담은 오히려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통계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설정에 가장 많이 쓰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잔액기준)의 실질금리는 5월 연 2.24%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8월(2.65%) 이후 최고치다.

실질금리란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수치다.

실제 돈 가치의 변화를 반영한다.

실질금리가 오르면 결국 물가를 고려한 이자부담도 늘어난다.

5월 잔액기준 코픽스는 3.24%를 기록했다.

지수 도입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그러나 물가는 더 내렸다.

5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1.0%로 13년8개월 만에 최저였다.

5월 신규취급액 코픽스의 실질금리 역시 1.74%로 9개월 만에 최대다.

양도성예금증서(CD)도 마찬가지다.

5월 CD(91일물)의 실질금리(수익률)는 1.72%를 기록했다.

CD금리는 지난해 10월 약 2년 만에 3%대 아래로 내려와 올해 5월 2.72%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여기서 물가상승률(5월·1.0%)을 빼면 실질금리는 1.72%로 작년 10월(0.83%)의 두 배가 넘는다.

지표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3년물의 실질금리 역시 5월 1.59%로 2012년 8월(1.63%) 이후 가장 높았다.

시장금리 하락에도 실질금리가 상승한 것은 5월까지 물가가 7개월 연속 1%대의 낮은 포복으로 움직인 탓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은행대출 대부분이 코픽스나 CD금리에 연동됐다는 점이다.

4월 말 현재 가계대출(잔액) 중 고정금리는 22.0%에 불과하다.

나머지 78.0%는 CD나 코픽스와 같은 특정금리에 묶여 있다.

4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462조5천억원이니 이중 360조8천억원 가량이 실질금리 변동의 영향을 받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가계대출 잔액의 약 34%가 코픽스, 약 25%가 CD금리에 연동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질금리가 오른 만큼 대출을 짊어진 가계는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5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앞으로 실질금리를 내릴 수 있는 변수다.

한은은 물가 역시 하반기 다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실질 이자부담이 증가하고 가계의 소비 여력이 더 떨어져 낮은 물가를 추가로 부추길 우려도 있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실질금리란 개념이 통용되긴 하지만 미래의 수익률인 대출금리와 현재의 물가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