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근' 막강한 권한에도…퇴임 후 대부분 사법처리 수모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온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11일 불구속 기소를 결정하면서 원 전 원장 역시 정보기관장 수난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정보기관 수장들은 재임 시절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막대한 권력을 갖지만,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정치에 개입하거나 불법행위를 한 사례가 많았다. 이 때문에 퇴임 후 상당수는 검찰 조사를 받거나 사법 처리되는 수모를 겪었다.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12·12사태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등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퇴임 후 수차례 구속됐고, 안무혁 전 안기부장도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6공화국 때 재임했던 이현우 전 안기부장은 1995년 기업인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장을 지낸 권영해 씨도 김대중 정부 출범 후 ‘총풍’과 ‘북풍’ 등 공안사건을 조작한 혐의로 네 차례나 기소됐다. 권씨는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몰래 챙겨온 문구용 칼로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안기부가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수장들의 퇴임 후 수난은 계속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이었던 임동원 씨와 신건 씨는 불법감청 등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구속기소됐다가 1·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노무현 정부 때 국정원을 이끈 김만복 씨는 2007년 12월 대선 전날 방북해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외부에 유출했다가 비밀 누설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기소유예 처분됐다. 그는 2011년 일본 월간지와의 인터뷰 등에서 국정원장 재직 시 알게 된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했으나 최근 기소유예되기도 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