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차관은 지난달 29일, 지난 3일 2회에 걸친 경찰의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했다. 그는 2차 소환일 전날인 지난 2일 밤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맹장수술로 20일 간 입원이 필요해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담은 진단서를 전달했다.
그는 최근 경찰의 소환 통보에 따른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돼 입원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의자 신분인 김 전 차관이 3차 소환에도 불응하면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에 따르면 경찰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불응한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보통 출석 요구에 2~3회 이상 응하지 않으면 신청하는데 검찰이 청구한 체포영장을 법원이 발부하면 체포 절차를 밟는다.
다만 납득할 만한 사유가 있으면 신병 확보 절차를 유예하기도 하는데 김 전 차관이 “건강이 악화돼 소환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수사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병원에 입원 중이라 치료가 끝나야 수사가 진행될 것 같다”며 “수사를 오래 하는 것도 비효율적이라 늦어도 이달 중순에는 정리해서 결론을 내야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윤씨의 강원 원주시 별장에서 각종 향응을 제공 받고 윤씨가 얽힌 여러 건의 고소·고발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명 ‘성접대 동영상’ 속 등장인물로 지목돼 임명 6일만인 지난 3월 사퇴했지만 그동안 관련 의혹 일체를 부인해 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당시 “해상도가 낮아 동일성 여부를 논하기 어렵다”면서도 “동영상 속 인물과 김 전 차관의 얼굴 형태 윤곽선이 비슷해 보여 동일 인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경찰은 윤씨에게서 고가의 미술품을 제공 받고 강원 춘천시 소재 골프장 공사를 맡기는 등 사업상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고 있는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을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