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인수위案 폐기] "막대한 재정 부담" 우려에 공약 대수술…朴대통령 결단 남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행복연금위 "소득 하위 70%만 기초연금"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지급
복지부도 공감…이달말 청와대 보고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지급
복지부도 공감…이달말 청와대 보고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초연금 도입 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11일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제4차 회의가 끝난 후 김상균 행복연금위원장이 한 말이다. 이날 위원회가 의견을 모은 기초연금 지급 방안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준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소득 구간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월 4만~20만원을 준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방안 모두에 대해 사실상 ‘폐기’ 결정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위원회의 이 같은 방안에는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상당 부분 공감을 표시하고 있어 궁극적으로 박 대통령이 최종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5개 안 대신 수정안 선택
당초 복지부는 위원회에 5개 안을 제시했다. 제1안은 소득 하위 70%에 20만원을 주고, 71~100%는 3단계로 나눠 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었다. 나머지 4개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소득 수준에 따라 4만~20만원씩 차등 지급하는 인수위 안 △인수위 안을 수정해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에게 적게 주는 방안 △하위 70%에 20만원을 주고, 상위 30%는 5만원씩 주는 방안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일정한 비율로 지급하는 방안 등이었다.
위원들은 이 5개 안을 검토한 뒤 1안에서 소득 상위 30%를 제외하고, 하위 70%는 소득 수준별로 차등 지급하는 수정안을 내놨다. 특히 소득인정액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계층엔 20만원 전액을 지급하고, 나머지 계층에 대해선 10만~18만원을 주는 방식으로 의견을 모았다.
김 위원장은 “소득인정액 ‘0’ 계층은 실제 소득이 거의 없는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기초노령연금을 받은 소득 하위 70% 노인 가운데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산을 의미하는 기본공제액(대도시의 경우 주택 1억800만원, 금융재산 2000만원 이하)을 제외하면 소득과 재산이 한 푼도 없는 노인은 152만명에 달했다. 이들은 소득 하위 27%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행복위가 소득 수준별 차등 지급으로 방향을 튼 것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면서까지 고소득자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느냐는 여론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한노인회 민주노총 등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들도 대체로 이런 의견에 수긍했다. 김 위원장은 “위원들 사이에 보편적 복지가 야기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것이 차등 지급 결정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 가입 여부를 불문에 부치기로 한 것은 국민연금 자체에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있는 만큼 굳이 기초연금 지급과 연계할 필요가 없다는 데 많은 위원이 공감했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박 대통령 누가 설득하나
위원회가 이달 말 세부안을 만들더라도 갈 길은 멀다. 야당의 반발뿐 아니라 박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기초연금은 박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새누리당에 상징적 의미도 있다.
기초연금은 2002년 대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면서 처음 공론화됐다. 이 후보는 국민연금 개혁을 통해 미래 지급액을 줄이는 대신 기초연금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기초연금에 대한 언급 없이 “국민연금을 개혁하면 ‘용돈연금’이 될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해 대선에서 패한 한나라당은 국민연금 개혁 이슈가 노인표를 이탈시켰다고 보고 2004년 6월부터 기초연금 도입을 당론으로 내걸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이었다. 이후 여야 협상을 거쳐 2008년 소득 하위 70%에 9만원가량을 지급하는 지금의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됐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뒤 지난해 대선에 나선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 공약을 다시 끄집어내 50대 이상 장년층의 지지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이 때문에 기초연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의 골격 자체를 깨는 위원회 안을 받아들일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종적으로 진영 복지부 장관이 박 대통령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복지부는 그동안 줄곧 보편적 기초연금에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많은 국가가 재정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기초연금을 포기했고, 빈곤 개선 효과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는 이르면 다음달 초 위원회 최종안을 청와대에 보고할 예정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11일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제4차 회의가 끝난 후 김상균 행복연금위원장이 한 말이다. 이날 위원회가 의견을 모은 기초연금 지급 방안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준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소득 구간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월 4만~20만원을 준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방안 모두에 대해 사실상 ‘폐기’ 결정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위원회의 이 같은 방안에는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상당 부분 공감을 표시하고 있어 궁극적으로 박 대통령이 최종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5개 안 대신 수정안 선택
당초 복지부는 위원회에 5개 안을 제시했다. 제1안은 소득 하위 70%에 20만원을 주고, 71~100%는 3단계로 나눠 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었다. 나머지 4개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소득 수준에 따라 4만~20만원씩 차등 지급하는 인수위 안 △인수위 안을 수정해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에게 적게 주는 방안 △하위 70%에 20만원을 주고, 상위 30%는 5만원씩 주는 방안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일정한 비율로 지급하는 방안 등이었다.
위원들은 이 5개 안을 검토한 뒤 1안에서 소득 상위 30%를 제외하고, 하위 70%는 소득 수준별로 차등 지급하는 수정안을 내놨다. 특히 소득인정액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계층엔 20만원 전액을 지급하고, 나머지 계층에 대해선 10만~18만원을 주는 방식으로 의견을 모았다.
김 위원장은 “소득인정액 ‘0’ 계층은 실제 소득이 거의 없는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기초노령연금을 받은 소득 하위 70% 노인 가운데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산을 의미하는 기본공제액(대도시의 경우 주택 1억800만원, 금융재산 2000만원 이하)을 제외하면 소득과 재산이 한 푼도 없는 노인은 152만명에 달했다. 이들은 소득 하위 27%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행복위가 소득 수준별 차등 지급으로 방향을 튼 것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면서까지 고소득자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느냐는 여론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한노인회 민주노총 등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들도 대체로 이런 의견에 수긍했다. 김 위원장은 “위원들 사이에 보편적 복지가 야기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것이 차등 지급 결정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 가입 여부를 불문에 부치기로 한 것은 국민연금 자체에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있는 만큼 굳이 기초연금 지급과 연계할 필요가 없다는 데 많은 위원이 공감했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박 대통령 누가 설득하나
위원회가 이달 말 세부안을 만들더라도 갈 길은 멀다. 야당의 반발뿐 아니라 박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기초연금은 박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새누리당에 상징적 의미도 있다.
기초연금은 2002년 대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면서 처음 공론화됐다. 이 후보는 국민연금 개혁을 통해 미래 지급액을 줄이는 대신 기초연금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기초연금에 대한 언급 없이 “국민연금을 개혁하면 ‘용돈연금’이 될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해 대선에서 패한 한나라당은 국민연금 개혁 이슈가 노인표를 이탈시켰다고 보고 2004년 6월부터 기초연금 도입을 당론으로 내걸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이었다. 이후 여야 협상을 거쳐 2008년 소득 하위 70%에 9만원가량을 지급하는 지금의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됐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뒤 지난해 대선에 나선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 공약을 다시 끄집어내 50대 이상 장년층의 지지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이 때문에 기초연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의 골격 자체를 깨는 위원회 안을 받아들일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종적으로 진영 복지부 장관이 박 대통령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복지부는 그동안 줄곧 보편적 기초연금에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많은 국가가 재정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기초연금을 포기했고, 빈곤 개선 효과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는 이르면 다음달 초 위원회 최종안을 청와대에 보고할 예정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