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85조 1항 적용' 고심 거듭…금명 결론날 듯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법리 적용과 신병 처리를 놓고 막바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수사팀과 대검찰청은 지난 주말 공직선거법 위반 조항의 적용 여부를 놓고 숙의했지만 10일 오후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이날 점심식사를 자신의 방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이 사안에 매달린 채 숙고를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 외에 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하되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 처리가 마무리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최종 결론이 어떻게 도출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들이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수백개의 아이디를 동원해 특정 후보를 지지·반대하는 댓글 수천 건을 올리고 댓글에 대한 찬반 표시를 하도록 지시하고 관련 보고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대선·정치 개입을 지시했는지를 가려내기 위해 수백 건의 문제성 댓글 중 핵심 댓글 수십개를 중심으로 법리 검토 중이다.

또 당초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의심했던 일부 인터넷 아이디(ID)를 실제로 직원들이 사용했는지에 대해 추가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원 전 원장이 직접 지시를 했는지, 불법 활동을 보고받았는지 여부다.

원 전 원장은 '종북세력에 대한 대응'을 지시했는데 국정원 직원들이 도를 넘는 불법 정치 개입을 한 경우 원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분명치 않은데다 심지어는 '대북 심리전' 과정의 돌출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이 검찰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원 전 원장이 하달한 '지시·강조 말씀' 중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일부 부적절한 발언이 불법 댓글 작업과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 불법적인 댓글 활동까지 체계적인 사후 보고를 했는지에 대한 판단도 남아있다.

그럼에도 검찰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불법 활동에 대한 책임을 원 전 원장에게 포괄적으로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원 전 원장이 명백한 지시를 했다거나 선거에 개입할 의도는 없었고 댓글들이 박근혜 당시 후보를 돕기 위한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런 반대 의견 탓에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되 원 전 원장의 신병에 대해서는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불구속 처리하지 않겠느냐는 절충적 방안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국가정보원법의 제9조(정치 관여 금지) 및 11조(직권남용 금지)를 위반한 혐의로 고발됐다.

국정원법 9조의 적용 여부는 선거법 제85조 1항과 직결된다.

이 조항은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2·3항은 교육·종교·기업 등과 관련돼 이번 사안과 무관하다.

검찰이 고심을 거듭하는 속내에는 '선거법 위반' 적용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한 부담감이 자리하고 있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선거법 위반이 곧 '대선의 공정성 훼손'이나 '정권 차원의 조직적인 불법행위'라고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선의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선거무효 소송 등 불복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내부에선 반대 논리도 제기된다.

불법 댓글은 선거법 위반이 맞지만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명백히 확인됐다거나 수십∼수백 건의 댓글이 선거 판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건 무리라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수사팀에 신중한 검토를 주문하면서 '수사 개입'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체적 처리 방향이나 의율, 신병 문제 등에 관해 막바지 검토를 하고 있다"며 "오늘이나 내일 중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는 오는 19일이다.

정당(중앙당)이 공무원의 선거운동 혐의를 고발한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 만료 10일 전까지 기소하지 않으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한 것으로 보고 관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낼 수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송진원 기자 zoo@yna.co.kr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