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말이 안 되죠. 제가 볼 때는….”

지난 5일 오전 경기 용인시 신세계 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이 회사의 인턴 채용 토론면접. ‘사형제 존폐’를 주제로 찬반토론을 하던 한 응시자가 상대 토론자의 말을 끊고 자기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면접관으로 참여한 한혜림 신세계 인사팀 과장은 이 응시자의 채점표에 마이너스 표시를 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자기 주장을 내세운 것이 감점 요인이었다. 한 과장은 “주장 자체는 설득력이 있지만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가 거슬렸다”며 “요즘 논란이 된 비정상적 ‘갑을 관계’도 이런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해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갑을 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유통업계의 채용 기준까지 바꾸고 있다. 과거 유통업체들은 신입사원이나 인턴 채용 시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를 중시했다. 최근에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이견을 원활하게 조율해 나가는 응시자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신세계가 지난 3~5일 진행한 인턴 채용 토론면접에서 ‘협동’ ‘배려’ 등 토론 태도에 관한 항목 배점이 100점 만점 중 30점을 차지했다. 토론자 상호 평가(10점)도 넓은 의미에서 토론 태도 평가로 볼 수 있다. 한 과장은 “무심코 나오는 자세 변화까지 유심히 본다”며 “‘갑 행세’를 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응시자에겐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는 10일 인턴 채용 면접을 실시하는 롯데그룹도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를 중요하게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 관계자는 “L-TAB(롯데 인·적성검사)를 통해 기초적인 인성을 평가하고 면접에서도 말하는 자세와 태도에 높은 배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