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바로크 시대의 가장 유명한 작곡가로는 바흐와 헨델, 비발디가 기억되고 있지만 이들보다 한 세대나 앞서 현악기 중심의 바로크 기악곡 스타일을 정립한 아르칸젤로 코렐리(1653~1713)도 그들 못지않게 중요하다. 올해가 바그너와 베르디 탄생 200주년인 탓에 코렐리 서거 300주년은 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가장 유명한 실내악 작품인 ‘라 폴리아’를 들어보면 그 시대에 이미 바이올린의 특징을 십분 살린 연주법이 완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곡은 ‘폴리아’라는, 당대에 잘 알려진 춤곡 선율을 이용해 짧은 변주를 20개 이상 붙인 형식이다. 비탈리의 샤콘느, 바흐의 샤콘느와 더불어 바로크 시대의 바이올린 음악이 머금고 있는 우아한 시정과 인간 본연의 슬픔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