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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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강남·대구·고양  3곳에 대형매장…행텐, 불황 거스르는 '몸집 키우기'
“앞으로 백화점 1층부터 10층까지 들어갈 모든 패션 브랜드를 다 갖춘다고 보면 됩니다. 아웃도어에서 스포츠웨어, 여성복, 캐주얼까지 브랜드를 하나하나 늘려갈 겁니다.”

캐주얼 의류 ‘행텐’으로 유명한 브랜디드라이프스타일코리아(BLS·옛 행텐코리아)의 시브쿠마 라마나탄 대표(46·사진)는 4일 “국내 최대 패션그룹을 목표로 브랜드를 적극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텐홀딩스의 미국 본사가 작년 홍콩 펑그룹(옛 리앤드펑그룹)에 인수되면서 행텐코리아는 BLS로 이름을 바꿨다. 이름만 바꾼 게 아니라 경영스타일도 공격적으로 전환했다. 10년 안에 매출을 지금의 10배인 2조원으로 늘려 초대형 패션그룹이 된다는 청사진을 마련한 것.

“지난달 서울 일산 대구에 각각 660㎡(약 200평) 규모의 거점매장을 연 것이 대형화 작업의 시작”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반기에 대형 매장을 다섯 군데 더 낼 것”이라며 “특히 작년 제조·직매형 의류(SPA·패스트패션) 브랜드로 출범한 에이치커넥트를 집중적으로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절마다 500개의 신상품을 출시하고 20대 고객층을 적극 공략해 스피드를 중시하는 패션산업의 새로운 흐름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고객들의 반응을 묻자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린 뒤 “디자인이 멋지고 가격도 부담 없으니 재구매가 많다”며 “SPA 브랜드의 격전지에 있는 강남점은 한 달 만에 매출 6억5000만원을 넘었으니 초기 목표치를 훨씬 웃돈 셈”이라고 답했다. 또 현재 주력인 ‘행텐’과 ‘행텐주니어’ 그리고 ‘에이치커넥트’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텐은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알려지면서 해마다 5~10% 성장하고 있지만 지금의 두 배 정도로 성장률을 높이는 게 목표”라며 “올해 모든 매장의 인테리어 교체작업을 마치고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해외에서 유명하지만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은 아웃도어와 캐주얼 브랜드를 들여올 계획”이라며 “다른 업체와 인수합병(M&A)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불황으로 사업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고 있는 패션업계에서 이런 ‘공격 경영’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풍부한 ‘실탄’은 펑그룹에서 나온다. 세계 최대 아웃소싱 업체이자 작년 매출이 200억달러에 달하는 펑그룹은 한국법인에 “투자비는 걱정 말고 사업을 키우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펑그룹은 올 1월 국내 중견 아동복 업체 서양네트웍스를 인수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M&A 매물로 나온 패션회사를 사들이고 있다.

SPA와 일부 명품 외엔 전반적으로 부진한 패션시장 분위기와 관련, 라마나탄 대표는 “다들 경기 얘길 많이 하지만 제가 보기엔 경쟁력의 문제”라고 했다. “‘가격이 싸다’거나 ‘고급스럽다’ 등 한 가지 장점만 내세워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가 갈수록 많아지니까 이젠 가격 디자인 브랜드가치 그리고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