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머니 '무한식탐'…자원부터 기업·명품까지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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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따라잡기 - 세계의 공장서 세계 큰손으로
리조트 체인 클럽메드 인수
글로벌 투자 시장 위축에도 中, 작년 해외투자 772억달러 8.6% 증가…세계 5위 투자국
'발 넓히는' 기업사냥꾼
車·가전·PC·와인·영화관…업종·국가 불문 '꿀꺽'…미국 투자액도 사상최대
리조트 체인 클럽메드 인수
글로벌 투자 시장 위축에도 中, 작년 해외투자 772억달러 8.6% 증가…세계 5위 투자국
'발 넓히는' 기업사냥꾼
車·가전·PC·와인·영화관…업종·국가 불문 '꿀꺽'…미국 투자액도 사상최대
중국 최대 육류가공업체 솽후이가 지난 29일 미국 최대 돼지고기 가공업체 스미스필드푸드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71억달러(약 8조443억원). 현금 41억달러를 주고 부채를 떠안는 조건이다. 미국 정부의 승인 절차 등이 남았지만 성사될 경우 중국 민간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 사상 최대 규모다.
세계 최대 리조트 체인인 프랑스 ‘클럽메드’도 27일 중국 푸싱그룹 품으로 들어갔다. 푸싱그룹은 프랑스 악사보험 산하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클럽메드를 인수하기로 했다. 총 인수 금액은 5억4130만유로(약 7900억원)다.
‘차이나 머니’가 세계 기업을 상대로 식탐을 과시하고 있다. 외환보유액(3조4400억달러) 세계 1위를 내세워 해외 기업 사냥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해외 투자는 총 772억달러(약 87조원). 전년보다 8.6% 늘어 세계 5위의 해외직접투자(ODI) 국가로 올라섰다. 이 중 인수합병(M&A)에 들인 돈은 652억달러다. 2008년 103억달러에 불과했던 M&A 비용이 5년 새 5배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세계 국가 간 직접투자 규모는 1조3000억달러로 전년보다 18.3% 줄어든 것과 크게 대비된다. 로빈 뷰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 중국의 ODI는 172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5년 내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역할은 세계 최대 제조업 공장이 아닌 세계 최대 투자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620억달러 해외기업 사냥
중국이 ‘기업사냥꾼’이 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1978년 개혁 개방 이후 중국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2000년대 들어 안정적인 성장 단계에 접어들면서 중국 기업은 구매력이 높아졌고, 해외 기업 M&A에 눈을 돌렸다. 중국의 10차 5개년 계획(2001~2005) 때도 이미 외국인직접투자(FDI)와 연계한 ODI 활성화 방안이 등장했다.
때마침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유럽과 미국 기업이 매물로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은 야금야금 이 기업들을 사들였다. 최근에는 유럽과 미국, 일본 등 각국의 양적 완화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중국 기업들이 저금리를 이용해 기업 매수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M&A 트렌드는 최근 두 가지가 달라졌다. 국영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이 늘었다는 것과 자원 사냥에서 벗어나 서비스업 등 다양한 업종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민영기업의 해외 M&A 투자는 지난해 255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5년 새 600%나 증가한 수치다. 스미스필드와 클럽메드 외에도 최근 중국 기업의 M&A 행보는 변화무쌍하다. 중국 최대 극장 체인인 다롄완다는 미국 2위 영화관 체인인 AMC엔터테인먼트홀딩스를 최근 26억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영국의 오데온앤UCI시네마홀딩스와 뷰엔터테인먼트 등 유럽 영화 체인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영국의 시리얼브랜드 위타빅스를 비롯해 뉴질랜드 낙농업체 신라이트밀크, 호주 식품회사 미나센, 호주 와인업체도 중국에 넘어갔다. 자동차·전자 업종도 마찬가지다. 레노버그룹은 2005년 IBM의 PC사업부문을 22억달러에 인수했고, 하이얼그룹도 2011년 100억엔을 투자해 일본 산요 백색가전 부문을 인수했다. 중국 지리는 2010년 자동차회사 볼보를 18억달러에 사들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3차 산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한 이후 민간 기업의 M&A 사냥이 더 활기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호주 세계 자원 싹쓸이
중국의 전형적인 자원사냥도 아프리카를 넘어 세계로 번지고 있는 추세다. 미국 해리티지재단은 지난 1월 중국의 해외투자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해 중국의 해외투자 중 북미지역이 가장 많았고, 미국 투자액도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말 중국 국영석유기업 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캐나다 석유업체 넥센을 인수했다. 인수금액만 151억달러로 중국 기업 사상 최대 규모였다. 시노펙도 지난 2월 미국 체서피크에너지의 라임가스 광구 지분 50%를 10억2000만달러에 사들였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영국 히드로공항의 지분 일부와 런던 상하수도관리 민간위탁업체 템스워터의 지분 일부를 사들였다. 국영기업 중국장강삼협공사(CTGC)는 포르투갈 전력업체 EDP의 지분 21%도 인수했다.
중남미와 오세아니아 자원 투자도 크게 늘었다. 중남미 투자 비중은 2005~2007년 7%에서 2008~2012년 17%로, 오세아니아도 같은 기간 8%에서 14%로 높아졌다.
브라질은 2008년 이후 5년간 외자유치액 중 12%가 중국이었다.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도 총 외자유치액 중 중국의 직접투자 비중이 20%를 웃돌았다.
중국은 2년 새 호주 아이스톤탄광 지분 30%, 호주 광산업체 칼레돈,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 BHP빌리턴의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부문 등을 사들였다.
◆中 M&A 실패율 10% 웃돌아
중국의 탐욕스러운 자원·기업 사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세계 곳곳에서 중국 기업의 M&A가 무산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중국의 M&A 실패율은 10%를 웃돈다. 지난해 10월 중국 항공기 제조업체인 베이징줘웨항공은 17억9000만달러에 미국 중소형 비행기 제조업체 호커비치크래프트를 인수하려고 했으나 미국 국방기술 유출 우려에 부딪혀 실패했다. 2005년 CNOOC가 미국 석유업체 유노콜을 인수하려 할 때도 미국은 국가 안보가 위협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절했다.
솽후이의 스미스필드 인수도 미국 정부가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미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승인이 남아 있는 데다 중국의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로 고객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WSJ는 “돼지고기가 식량안보와 관련돼 있고 태국 기업 등 다른 투자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들도 일본의 사례를 들며 M&A 행보에 좀 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1980년대 엔화 가치가 올라 일본 기업이 부를 얻게 됐지만 경영 능력을 과대평가해 맹목적으로 M&A에 나섰다가 난관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은 “미국의 시장 경제 역사가 오래됐기 때문에 기업 대부분이 브랜드 관리와 기술력, 경영 능력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중국 기업은 M&A 이후 어떻게 운영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해외 투자 붐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4월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앞으로 5년간 5000억달러를 해외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리커창 총리도 최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개인의 해외 직접 투자 허용 방안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세계 최대 리조트 체인인 프랑스 ‘클럽메드’도 27일 중국 푸싱그룹 품으로 들어갔다. 푸싱그룹은 프랑스 악사보험 산하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클럽메드를 인수하기로 했다. 총 인수 금액은 5억4130만유로(약 7900억원)다.
‘차이나 머니’가 세계 기업을 상대로 식탐을 과시하고 있다. 외환보유액(3조4400억달러) 세계 1위를 내세워 해외 기업 사냥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해외 투자는 총 772억달러(약 87조원). 전년보다 8.6% 늘어 세계 5위의 해외직접투자(ODI) 국가로 올라섰다. 이 중 인수합병(M&A)에 들인 돈은 652억달러다. 2008년 103억달러에 불과했던 M&A 비용이 5년 새 5배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세계 국가 간 직접투자 규모는 1조3000억달러로 전년보다 18.3% 줄어든 것과 크게 대비된다. 로빈 뷰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 중국의 ODI는 172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5년 내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역할은 세계 최대 제조업 공장이 아닌 세계 최대 투자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620억달러 해외기업 사냥
중국이 ‘기업사냥꾼’이 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1978년 개혁 개방 이후 중국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2000년대 들어 안정적인 성장 단계에 접어들면서 중국 기업은 구매력이 높아졌고, 해외 기업 M&A에 눈을 돌렸다. 중국의 10차 5개년 계획(2001~2005) 때도 이미 외국인직접투자(FDI)와 연계한 ODI 활성화 방안이 등장했다.
때마침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유럽과 미국 기업이 매물로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은 야금야금 이 기업들을 사들였다. 최근에는 유럽과 미국, 일본 등 각국의 양적 완화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중국 기업들이 저금리를 이용해 기업 매수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M&A 트렌드는 최근 두 가지가 달라졌다. 국영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이 늘었다는 것과 자원 사냥에서 벗어나 서비스업 등 다양한 업종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민영기업의 해외 M&A 투자는 지난해 255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5년 새 600%나 증가한 수치다. 스미스필드와 클럽메드 외에도 최근 중국 기업의 M&A 행보는 변화무쌍하다. 중국 최대 극장 체인인 다롄완다는 미국 2위 영화관 체인인 AMC엔터테인먼트홀딩스를 최근 26억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영국의 오데온앤UCI시네마홀딩스와 뷰엔터테인먼트 등 유럽 영화 체인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영국의 시리얼브랜드 위타빅스를 비롯해 뉴질랜드 낙농업체 신라이트밀크, 호주 식품회사 미나센, 호주 와인업체도 중국에 넘어갔다. 자동차·전자 업종도 마찬가지다. 레노버그룹은 2005년 IBM의 PC사업부문을 22억달러에 인수했고, 하이얼그룹도 2011년 100억엔을 투자해 일본 산요 백색가전 부문을 인수했다. 중국 지리는 2010년 자동차회사 볼보를 18억달러에 사들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3차 산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한 이후 민간 기업의 M&A 사냥이 더 활기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호주 세계 자원 싹쓸이
중국의 전형적인 자원사냥도 아프리카를 넘어 세계로 번지고 있는 추세다. 미국 해리티지재단은 지난 1월 중국의 해외투자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해 중국의 해외투자 중 북미지역이 가장 많았고, 미국 투자액도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말 중국 국영석유기업 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캐나다 석유업체 넥센을 인수했다. 인수금액만 151억달러로 중국 기업 사상 최대 규모였다. 시노펙도 지난 2월 미국 체서피크에너지의 라임가스 광구 지분 50%를 10억2000만달러에 사들였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영국 히드로공항의 지분 일부와 런던 상하수도관리 민간위탁업체 템스워터의 지분 일부를 사들였다. 국영기업 중국장강삼협공사(CTGC)는 포르투갈 전력업체 EDP의 지분 21%도 인수했다.
중남미와 오세아니아 자원 투자도 크게 늘었다. 중남미 투자 비중은 2005~2007년 7%에서 2008~2012년 17%로, 오세아니아도 같은 기간 8%에서 14%로 높아졌다.
브라질은 2008년 이후 5년간 외자유치액 중 12%가 중국이었다.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도 총 외자유치액 중 중국의 직접투자 비중이 20%를 웃돌았다.
중국은 2년 새 호주 아이스톤탄광 지분 30%, 호주 광산업체 칼레돈,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 BHP빌리턴의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부문 등을 사들였다.
◆中 M&A 실패율 10% 웃돌아
중국의 탐욕스러운 자원·기업 사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세계 곳곳에서 중국 기업의 M&A가 무산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중국의 M&A 실패율은 10%를 웃돈다. 지난해 10월 중국 항공기 제조업체인 베이징줘웨항공은 17억9000만달러에 미국 중소형 비행기 제조업체 호커비치크래프트를 인수하려고 했으나 미국 국방기술 유출 우려에 부딪혀 실패했다. 2005년 CNOOC가 미국 석유업체 유노콜을 인수하려 할 때도 미국은 국가 안보가 위협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절했다.
솽후이의 스미스필드 인수도 미국 정부가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미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승인이 남아 있는 데다 중국의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로 고객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WSJ는 “돼지고기가 식량안보와 관련돼 있고 태국 기업 등 다른 투자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들도 일본의 사례를 들며 M&A 행보에 좀 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1980년대 엔화 가치가 올라 일본 기업이 부를 얻게 됐지만 경영 능력을 과대평가해 맹목적으로 M&A에 나섰다가 난관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은 “미국의 시장 경제 역사가 오래됐기 때문에 기업 대부분이 브랜드 관리와 기술력, 경영 능력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중국 기업은 M&A 이후 어떻게 운영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해외 투자 붐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4월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앞으로 5년간 5000억달러를 해외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리커창 총리도 최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개인의 해외 직접 투자 허용 방안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