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생도의 후배 성폭행에 대한 비난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현역 육군 일병이 찜질방에서 여장을 하고 탈의실에서 여성들의 알몸을 훔쳐보다 붙잡히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찜질방 여자 탈의실에서 여성들의 알몸을 훔쳐본 혐의로 육군 모 부대 일병 박모씨(22)를 체포해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대로 인계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9일 휴가를 나온 박씨는 다음날 고향으로 가기로 하고 잠잘곳으로 찜질방을 선택하고 새벽 2시께 서울 서교동에 있는 한 찜질방에 들어갔다. 새벽 시간에 찜질방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다는 걸 알고 여성 탈의실에 들어간 뒤 다른 사람이 벗어놓은 여성용 찜질복으로 몰래 갈아입었다. 그는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고, 가슴에 수건을 말아 넣어 여장을 했다. 170cm 중반의 날씬한 몸매에 예쁘장한 얼굴이라 언뜻 보면 여자처럼 보일 정도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여장을 마친 박씨는 탈의실 내에 있는 안마기에 자연스레 앉아 여자고객들을 엿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찜질방에 온 한 여대생이 박씨의 모습을 수상히 여겨 종업원에게 신고했다. 찜질방 입구의 폐쇄회로(CC)TV를 살펴본 종업원은 박씨가 남자옷을 입고 찜질방에 들어왔다가 여탕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여성들의 알몸을 훔쳐보던 박씨는 남탕으로 돌아와 태연히 쉬고 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혀 헌병대로 넘겨졌다.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던 박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으나 경찰이 CCTV 화면을 보여주며 추궁하자 자신의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주의 한 부대에서 근무하다 휴가를 나온 박씨는 고향이 지방이라 찜질방에서 하루 이틀 쉬고 고향에 내려가려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는 남자가 봐도 곱게 생긴 외모였지만 대담하게 여자 탈의실에 들어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