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실물 경기가 반짝 반등에 성공하면서 한국 경제가 바닥을 다지는지를 두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광공업이나 서비스업 등 지표를 보면 전반적으로 4월 흐름은 그동안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표 개선의 상당 부분이 일회성이거나 공공 부문이 추동한 것이어서 추락세가 진정되는 바닥 다지기 상황으로 보는 해석이 더 많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논란과 선진국의 출구 전략 가능성 등 대외 변수도 녹록지 않은 형편이다.

◇전(全) 산업 생산 근 2년來 최대폭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광공업과 서비스업 등이 포함된 전 산업 생산이 전달보다 1.6% 늘었다.

3월 -1.8%에 이어 한 달 만에 플러스로 전환한 것이지만 증가폭을 보면 2011년 6월 이후 근 2년 만에 가장 좋은 수준이다.

광공업 생산은 1월 -1.2%, 2월 -2.4%, 3월 -2.4%로 3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다 4월에 0.8%로 반등했다.

적어도 3개월에 걸친 감소세에서 빠져나온 모양새다.

이는 제조업 생산이 1월 -0.9%, 2월 -1.3%, 3월 -2.3%로 감소하다 지난달 0.7%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제조업평균가동률은 3월보다 0.4% 포인트 높아졌다.

서비스업생산은 부동산·임대(3.9%) 증가에 힘입어 0.2%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6% 확대됐다.

소비지표인 소매액은 전월비로는 0.5% 줄었지만 1년 전에 견줘보면 2.2% 늘었다.

승용차 판매(9.5%)를 포함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인 내구재 판매(5.6%) 증가에 힘입은 결과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2월 0.2포인트, 3월 0.1포인트 감소한 데 이어 4월에 0.1포인트 상승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 일회성 요인·공공부분 견인 따른 성장
지표를 좀 더 자세히 뜯어보면 경기 회복 신호로 보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광공업생산이 4개월 만에 전월 대비 상승세로 돌아선 배경을 보면 기타운송장비의 활약이 컸다.

석유정제 업종이 8.1%, 전기장비 업종이 6.1%씩 감소하는 동안 기타운송장비가 8.9% 증가해 제조업 0.7% 성장을 이끌어내는데 크게 기여했다.

통계청은 기타운송장비 업종의 반짝 호황을 대우조선해양의 선박 인도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제조량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산업 전반의 회복이라기보다 1개 대기업의 특수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는 의미다.

광공업과 서비스업 등이 두루 포함된 전(全) 산업생산이 1.6% 증가세로 반전된 것도 건설업(9.4%)과 공공행정(11.4%) 부분의 가파른 증가에서 기인한 것이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 생산은 신도시 분양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집행 여파 때문이며 공공행정은 부처개편에 따라 차질을 빚은 예산집행이 정상화된데 따른 것이다.

즉 기업이 아닌 정부 사이드에서 반짝 상승세가 만들어진 것이다.

◇ "경기 회복 낙관은 일러…더 지켜봐야"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수치 변화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경기 회복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총평이다.

1분기 내내 부진이 이어졌던 탓에 2분기 시작과 함께 보인 '반짝' 반등이 두드러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회복 신호라기보다는 그간 나타난 경기 침체 심화 기조가 어느 정도 진정됐다는 안도감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수는 아주 안 좋다고는 볼 수 없지만 아직 소비 심리가 빠르게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와 설비 투자가 여전히 전월 대비 감소세를 보이는 등 내수 부진이 이어져 유효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변화도 약간 좋아진 수준이어서 강한 회복 신호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박성동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여전히 경기가 횡보하고 있다.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공공행정 부문이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4월에 반짝 회복세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속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지표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김종수 NH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고 조정이 산업별로 진척을 이뤄가고 있다.

수출 중심으로 지표가 호조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추경 등 정책 효과가 시차를 두고 지표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수출 부문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엔저의 시차 효과도 함께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차지연 박수윤 기자 speed@yna.co.krcharge@yna.co.krcl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