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주력산업인 조선경기 불황에도 부산의 중견기업들이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이들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갖추게 된 자생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서 면모를 갖추면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일재 부산상의 사무처장은 “부산의 중견기업들은 나름대로 생존전략과 경쟁력을 갖춰 지역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의 주역을 맡고 있다”면서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를 찾아 얼마만큼 시장에서 활기를 띠느냐가 미래의 부산경제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부산에서 가장 활기를 띠고 있는 기업은 BS금융지주다. 부산은행장을 지낸 이장호 회장과 성세환 부산은행장이 ‘투톱’ 시스템을 구축, 은행성장과 함께 지역경제를 이끌고 있다. 지주사는 부산은행과 BS투자증권, BS캐피탈, BS저축은행, BS신용정보, BS정보시스템 등 6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지주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3611억원을 기록했다.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화승그룹도 부산의 주축기업으로 고영립 회장을 중심으로 탄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동남권 경제의 맏형 역할을 하는 대표기업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 4조원을 넘긴 뒤 2020년 매출 20조원 목표를 향해 뛰고 있다. 주력산업인 화승R&A의 자동차부품과 스포츠패션, 정밀화학 등이 안착했고, 새로 진출한 글로벌 종합무역도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업체인 성우하이텍 이명근 회장도 범퍼와 문 등 자동차용 차체부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면서 세계 최강의 자동차 부품회사로 도약하고 있다. 국내 차체업체 최초로 연구개발 기능을 갖춘 기술연구소를 설립, 산학협동과 선진기술 벤치마킹 등을 통해 신기술·친환경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조106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15.52%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운철강은 부산상의 회장을 지낸 신정택 회장이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창립 34주년 만에 냉연 철강판매량 1000만t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2022년에는 2000만t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2도약을 위해 2030년까지 연매출 1조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비전2030’을 수립, 시행 중이다.

이원길 서원유통 회장은 ‘탑마트’라는 슈퍼마켓을 이끌면서 초대형 유통업체의 공략에도 꿋꿋이 살아남아 지난해 매출 1조3000억원을 올렸다. 1981년 창업 당시 매출 14억원에서 33년 만에 1000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신선식품은 전체 매출의 50%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고객을 유치하는 주무기가 되고 있으며 지역산물을 발빠르게 활용해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조선기자재전문업체인 BN그룹도 1970년 설립된 이래 1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조성제 회장에 이어 동생인 조의제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동성화학의 백정호 회장도 차세대 핵심성장 동력 사업인 멜라민폼의 본격적인 상업 생산을 시작하면서 제2의 도약에 나섰다. 멜라민폼은 건축, 자동차, 생활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신소재로 소음을 흡수하는 기능과 불에 잘 타지 않는 기능이 뛰어나 최근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층간소음 해소를 위한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형근 대한제강 사장은 단면모양을 한 철골구조물을 만들기 전 단계의 반제품 형태 철강재인 빌렛을 방글라데시 등에 수출하면서 도약에 시동을 걸고 있다. 철근의 일정한 강도 유지와 불순물 제거 등을 위해 정밀한 컨트롤 면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살려 국내외 판매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3대 제강업체로 스타즈(sta-z) 솔루션을 도입해 철강시장의 구도를 바꾸면서 생산성도 높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451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1조원대를 돌파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S&T모티브(옛 대우정밀)의 김택권 사장은 주력제품인 쇼크업소버와 계기판 등 자동차부품과 함께 총 등 방위산업제품 수출에 힘을 쏟고 있다.

풍력발전기부품을 생산하는 태웅의 허용도 회장은 부산 화전산업단지 15만7000㎡ 부지에 신규 제강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제강공장이 신설되면 자체 생산한 철강을 통해 제품을 만드는 등 원가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