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29일 폐업을 결정한 진주의료원 입구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연합뉴스
경남도가 29일 폐업을 결정한 진주의료원 입구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연합뉴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밝힌 지 3개월 만인 29일 폐업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1910년 설립된 진주의료원은 10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박권범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경남도와 도의회에서 수십 차례 경영 개선을 요구했지만 노조는 자구 노력 없이 기득권만 유지할 뿐 의료원의 회생 가능성을 발견할 수 없어 폐업을 결정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의료원에 남아 있는 환자 세 명은 진료는 계속하겠지만 이른 시일 내 다른 병원으로 옮겨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남은 직원 70명에 대해선 해고 통보했다.

◆폐업 방침 3개월 만에 폐업 단행


진주의료원 103년만에 문 닫는다
도는 지난 2월26일 매년 40억~60억원의 적자가 발생해 회생이 불가능하다며 진주의료원의 폐업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야권은 반발했고 공공의료원의 역할과 수익성, 공공성을 둘러싼 논란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홍준표 경남지사는 “진주의료원은 강성 노조의 해방구”라는 강성 발언을 쏟아내며 폐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은 지방의료원 폐업 시 장관 승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지방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고 새누리당과 정부도 의료원 폐쇄에 대해 경남도에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은 폭력 속에 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도와 보건노조는 진주의료원 폐업 1개월 유보, 정상화를 위한 노사 대화 재개, 철탑농성 해제 등을 합의하는 등 실마리가 풀리는 듯했지만 도는 결국 이날 폐업을 결정했다.

◆폐업 후 건물 등 부동산 매각

경남도의 폐업 결정으로 진주의료원장은 폐업 신고서를 진주시 보건소장에게 제출하게 된다. 도 관계자는 “진주의료원 폐업에 쓰일 예산은 3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법인 해산은 오는 7월쯤 이뤄질 전망이다. 이는 지난 23일 경남도의회 본회의에 상정돼 심의가 보류된 ‘진주의료원 법인해산조례’가 6월18일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안전행정부의 적법성 여부를 검토받아 공표 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도는 연면적 2만9800㎡ 규모의 진주의료원 건물은 매각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도 관계자는 “경상대병원 등과 접촉해 매각 계획을 마련한 후 처리 방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노조 물리적 충돌 예상


보건노조와 야권은 폐업을 철회한 뒤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촉구하는 한편 홍 지사 퇴진 범국민투쟁 등 전면 투쟁을 선언하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원 등 70여명이 진주의료원을 점거하고 있어 노조와 경남도 간 물리적 충돌도 불가피하다. 보건노조는 “도의 폐업 결정은 용납할 수 없는 결론”이라며 “어떤 변명을 늘어놓더라도 진주의료원 폐업은 공공의료 파괴의 신호탄이자 환자 건강·생명권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도의회 야당의원 교섭단체인 민주개혁연대는 “폐업은 단행됐지만 의회에 제출된 의료원 해산 조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정부는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가 차원에서 공공의료원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고,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도 폐업 강행에 유감을 표하며 지방의료원 육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창원=강종효 기자 k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