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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임찬규 사과’와 ‘정인영 수첩’… 그리고 “죄송하지만…” 이후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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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호의 폴리스코프] 청와대 ‘셀프사과’ 떠올리게 한 이병규의 사과와 사족들





    ▲ 임찬규 물벼락 세리머니



    임찬규가 사과했다. 이병규도 사과했다. LG 트윈스구단과 프로야구선수협의회도 사과했고, KBO(한국야구위원회)도 사과했으며, 김정준 해설위원도 트위터를 통해 사과를 했다.



    그런데도 사태는 커지고 있다. 이효종 KBS N 스포츠편성 제작팀장은 “KBS N에서 더는 경기 후 LG선수 인터뷰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고, 앞서 김성태 PD 역시 “야구선수들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며 직격탄을 날리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반응이 너무 격한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물벼락 세리머니가 ‘방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인 정인영 아나운서의 매끄러운 대응으로 방송은 차질 없이 진행됐으며, 당사자와 팀의 주장, 구단, 선수협과 KBO까지 재발방지를 약속한 터였다.



    만약 여기까지였으면 여론은 돌아섰을 수도 있다. 만 20세의 어린 선수의 치기어린 행동(비록 지난해 같은 일이 있었지만)에 대한 질책은 ‘하루짜리 소동’이면 충분했을지 모른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정인영 수첩’이 주는 잔잔한 감동에다 오히려 전체 선수들의 ‘인성’까지 운운한 방송국과 한성윤 기자의 강경 대응에 대한 반대여론이 일었을 수도 있다.



    “죄송하긴 하지만…” 이후에 붙은 사족들



    하지만 야구팬들은 수차례 반복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서 그나마 깔끔하게 사과를 한 주체는 임찬규와 KBO 뿐이었다. 이병규나 김정준, 선수협, LG구단의 대응은 한마디로 미숙했다.



    이병규는 “죄송하다”면서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며 ‘인격’을 거론한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오히려 찬규에게 미안하다”며 “찬규에게 전화해서 사과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세리머니는 또 할 것”이라며 “그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우리가 즐겁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기가 발동한 듯싶지만, 17년차 프로선수의 판단력 치곤 너무 단순하다.



    선수협은 한술 더 떴다. 사과 의사를 밝힌 것까지는 좋았으나 “야구관계자나 언론사 등 책임 있는 지위에 계시는 분들이 SNS를 통해서 인성교육과 실력 운운하면서 무책임하게 프로야구선수 전체를 매도하고 한 선수를 비난하기 위해 대중들을 선동하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며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단호한 대처”를 천명했다.



    LG구단의 반응은 무책임에 가까웠다. 이 팀장의 주장에 따르면 그동안 KBS N 측은 △전기감전위험으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 △시청자의 시청 방해 △방송사고의 위험 △인터뷰 아나운서의 피해 등의 문제를 들어 과도한 세리머니를 중단해줄 것을 KBO와 LG구단에 수차례 요구했지만 “주의를 줬음에도 임찬규가 말을 안 듣는다”는 책임회피성 태도를 보였다.





    ▲ 정인영 아나운서의 ‘정인영 수첩’



    청와대 ‘셀프사과’ 떠올리게 한 ‘찬규에게 사과’



    백번 양보해 여성 아나운서가 있는 줄 정말 몰랐고, 물 한번 뿌린 일에 전체 야구선수의 ‘인격’을 논하는 상황이 적이 억울하더라도 먼저 원인을 제공했고, 수차례 반복된 요청을 묵살했다가 사단이 벌어졌으면 두 말 없이 고개 숙이는 게 우선이다. 야구팬의 분노에 대해 “연연하지 않는다”거나 “대중을 선동한다”는 말을 함부로 써대니 문제가 커지는 것이다.



    대중과 야구팬을 특정인들의 ‘SNS 선동’에 의해 필요 이상의 ‘분노’를 하고 있는 ‘우민(愚民)’ 정도로 단정 짓고 정색을 하니 “호미로 막을 일”이 “가래로 막아야 할 일”이 된 것이다. “죄송하다”로 끝내야 할 사과가 “죄송하지만…”이 되는 순간 논란은 길어지고, 확산되며, 결국 그 피해는 야구계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야구인 스스로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다.



    여기에 세리머니를 지시했다고는 하지만 이병규가 “오히려 임찬규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것도 실소를 자아낸다. 부사(副詞) ‘오히려’는 “생각한 바와는 달리”라는 뜻이다. 얼마 전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국제적 성추문으로 국민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을 때 청와대가 윤 대변인을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오히려’ 사과한 이른바 ‘셀프사과’를 떠올리게 했다.



    성화요원(星火燎原)이라 했다. 별똥처럼 작은 불이 들을 태운다는 뜻으로, 사소한 것을 방치하면 나중에 엄청난 재난을 가져온다는 말이다. 여전히 야구팬들의 비판이 억울하다면 상황인식을 점검해야 한다. 이미 공인(公人) 대접을 받고 있는 야구인이라면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인 소양교육’이 억울한가? 지금은 더한 것도 마다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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