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젠 '일본 팔고 한국 살까'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27일 전 거래일보다 3.22% 하락하며 주초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23일 전날보다 7.32%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이에 비해 코스피지수는 0.33% 오른 1979.97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올 거란 기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본 증시 조정과 엔저 현상 완화는 한국 증시에 호재라는 데 큰 이견은 없다. 일본 증시 급등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한국이 수혜국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증시의 추가 급락과 이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달러 강세 등으로 외국인의 귀환이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닛케이 3% 급락하며 휘청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장 시작부터 하락세를 보이다 3.22% 떨어진 14,142.65로 마쳤다. 지난 23일 급락한 닛케이225지수는 다음날인 24일 소폭(0.89%) 올랐다가 다시 하락했다. 3거래일 만에 올 들어 종가 기준 최고점(15,627.26) 대비 9.5% 급락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일본 자산시장은 과열되지 않았고, 금리 상승 등 충격에 내성을 갖췄다”며 시장 불안 달래기에 나섰으나, 일본 장기 국채금리 상승 우려에 따른 엔화 강세 악재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3% 오른 1979.97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1984.13까지 올랐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3일 닛케이225지수 폭락 충격으로 전날보다 1.24% 하락했다가 이후 2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날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9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소폭 상승을 이끌었고 외국인도 465억원어치를 새로 사들였다. 엔저 현상 완화의 수혜주로 꼽히는 현대차, 기아차가 각각 전 거래일보다 1.47%, 1.21% 올랐다. 23일부터 3거래일간 현대차는 2.47%, 기아차는 2.2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닛산이 11.44%, 도요타가 10.71%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인 돌아오나

전문가들은 그간 일본에 몰렸던 자금이 한국 등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일본으로의 쏠림 현상만 완화돼도 한국 증시엔 호재”라며 “향후 유동성 장세에서 그간 눌려 있었던 한국 증시가 ‘싸다’는 평가로 순환매매 차원에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임 연구위원은 “올 들어 급등했던 일본 증시가 조정을 받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외국인이 한국 증시로 돌아오면 자동차, 정보기술(IT) 등 대형주 중심의 매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한국 증시 매도는 이달 중순부터 진정됐다고 본다”며 “한국과 일본의 경제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일본 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이 저평가된 한국 증시로 흘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달 초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어 유럽계 자금 유입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은 지난 16일 하루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3069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14일부터 약 2주간 672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낙관은 아직 이르다” 의견도

낙관론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 증시 조정이 그간 급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이라면 한국 증시에는 호재지만, 양적완화 정책 자체에 대한 의구심으로 일본 증시의 급변동이 지속되면 오히려 일본 주변 국가에 대한 투자심리까지 나빠질 수 있다”고 했다. 서 팀장은 “아직까지는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약하다”며 “외국인이 일본 증시에서 뺀 자금을 한국 외 다른 아시아 국가로 돌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종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일본 증시 조정이 일단락될 때까지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엔저 완화는 호재긴 하지만, 성장 동력이 분명치 않아 상승 탄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고운/안재광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