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에 멍드는 수출기업 실적…매출증가율 -1.1%로 악화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

LG경제연구원은 26일 ‘환율 변화 영향, 기업 실적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고서에서 “엔저(低)가 본격화된 지난해 4분기 이후 일본 수출기업의 실적은 크게 개선된 반면 한국 수출기업의 실적은 나빠졌다”고 밝혔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은 타격을 입게 된다.

연구원이 한국 수출기업 60개와 일본 수출기업 144개를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의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3분기 2.5%에서 4분기 -1.6%, 올해 1분기 -1.1%로 악화됐다. 반면 일본 기업의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1.0%에서 4분기 1.2%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5.1%까지 치솟았다.

향후 실적 전망도 엇갈렸다. 한국 122개 상장기업의 올해 매출 전망은 3개월 전에 비해 0.5% 낮아졌고 영업이익 전망도 4%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상장기업의 매출 전망은 1%, 영업이익 전망은 0.8% 각각 높아졌다. 한국 기업 중 매출 전망이 낮아진 기업의 비중은 58.2%로 높아진 기업(37.7%)보다 많았다. 하지만 일본 기업의 경우 매출 전망이 높아진 곳이 68.2%, 낮아진 곳이 25.6%였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변화의 영향이 기업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라며 “원고·엔저가 장기화하면 한국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이날 ‘엔화 가치 급락과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최근 엔저 속도는 역사적으로 엔화 약세 시기를 통틀어 가장 빠른 수준”이라며 “상반기 말에 달러당 110엔, 연말에 120엔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올해 달러당 엔화값이 평균 100엔을 기록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약 0.2%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0.3%포인트)가 엔저로 인해 대부분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올해 달러당 엔화값이 평균 100엔이면 국내 총수출은 지난해보다 2.6% 줄어들고 110엔이면 5.2% 감소할 것으로 연구원은 예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