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 그림 사재기…이달 1조6천억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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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더비·크리스티 뉴욕 경매서 고가 작품 대거 매입
美 양적완화로 풍부해진 유동성…안전자산 선호
美 양적완화로 풍부해진 유동성…안전자산 선호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설립자인 폴 앨런은 지난 14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작고한 미국 추상화가 바넷 뉴먼(1905~1970)의 1953년 작품 ‘단일성 6’을 4384만5000달러(약 489억원)에 구입했다. 런던의 보석유통업자 로런스 그래프는 다음날 크리스티 경매에서 뉴욕의 투자자 로널드 페럴만이 내놓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꽃 장식 모자를 쓴 여인’을 추정가 두 배인 5600만달러(약 631억원)에 사들였다. 그는 자신의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이 작품을 낙찰받았다고 말했다.
앨런과 그래프를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금융계의 ‘큰손’ 엘리 브로드, 반즈 앤드 노블의 창업자 레오나르도 리지오, 블랙스톤 그룹의 톰리슨 힐 부회장, 밀러드 드렉슬러 제이크루 회장 등 재산 1억달러 이상의 ‘슈퍼 리치’들이 잇달아 초고가 미술품을 사들이면서 국제 미술시장에 활력을 보태고 있다.
이 부호들은 지난 4~5일, 14~15일 열린 뉴욕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메이저 경매에서 인상파 및 근·현대 거장의 작품 14억5500만달러(약 1조6000억원)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뉴욕 경매시장에서 미술품에 투자한 자금(약 1조3800억원)보다 15% 늘어난 금액이다.
경제 전망이 어두운데도 세계적인 부호들이 미술품에 투자하는 것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게 미술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000만달러 넘는 작품 20여점 낙찰
슈퍼 리치들의 왕성한 ‘미술품 식욕’에 그림값도 치솟고 있다. 이달 뉴욕경매에서는 1000만달러 이상의 고가 그림이 20여점이나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의 1948년작 ‘넘버(Number) 19’은 치열한 경합 끝에 추정가의 두 배인 5836만달러(약 658억원), 장 미셸 바스키아의 ‘더스트헤즈(DUSTHEADS)’는 4880만달러(약 550억원)에 낙찰돼 미국 현대미술의 힘을 과시했다.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인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1968년 작품 ‘대성당 광장, 밀라노’는 3712만5000달러(약 418억원)에 팔려 생존 작가 작품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했다. 리히터가 최근 국제 미술시장에서 떠오르는 ‘황제주’임을 보여준 셈이다.
세잔의 1889~90년작 정물화 ‘사과들’(3700만달러ㆍ약 417억원), 모딜리아니의 여성인물화 ‘여인초상’(2592만달러·약 281억원), 프랑스 화가 샤임 수틴의 ‘어린 요리사’ (1800만달러·약 199억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1528만달러·약 165억원), 피카소의 ‘남자흉상’(968만달러·약 105억원)도 부호들의 품에 안겼다.
뉴욕경매에서는 재력가들의 입찰 경쟁에 힘입어 유명 미술가들의 경매 낙찰 최고가 기록이 쏟아졌다. 바스키아, 폴록, 리히텐슈타인 외에도 뤽 튀망(‘소문’·269만달러), 이브 클라인의 조각(2200만달러ㆍ248억원) 낙찰가가 작가 기록을 경신했다.
조지프 코넬(‘마술적인 비누거품 세트’·482만달러), 한스 호프만(‘여성복자의 기억’·482만달러), 필립 거스틴(‘펠리니에게’·258만달러), 케네스 놀런드(‘원’·213만달러), 리처드 세라(‘LA Cone’·426만달러), 줄리 머레투(‘Retopistics’· 460만달러) 등 16명의 출품작도 200만달러 이상에 팔리며 자신의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국제시장 활기 당분간 이어질듯
가장 큰 관심사는 슈퍼 리치들의 미술품 투자 랠리가 앞으로도 지속될지다. 낙관론자들은 개인과 기업의 여유자금이 안전자산과 회피성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투자자들이 금융위기 후 쌓아뒀던 현금을 미술품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채권 시장이 조정을 겪고 머니마켓펀드들이 제로에 가까운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에 비해 미술품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며 “슈퍼 리치들이 계속 투자해 미술시장은 당분간 성장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다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관망 중인 부호들이 미술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자산 버블 신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투자 관점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앨런과 그래프를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금융계의 ‘큰손’ 엘리 브로드, 반즈 앤드 노블의 창업자 레오나르도 리지오, 블랙스톤 그룹의 톰리슨 힐 부회장, 밀러드 드렉슬러 제이크루 회장 등 재산 1억달러 이상의 ‘슈퍼 리치’들이 잇달아 초고가 미술품을 사들이면서 국제 미술시장에 활력을 보태고 있다.
이 부호들은 지난 4~5일, 14~15일 열린 뉴욕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메이저 경매에서 인상파 및 근·현대 거장의 작품 14억5500만달러(약 1조6000억원)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뉴욕 경매시장에서 미술품에 투자한 자금(약 1조3800억원)보다 15% 늘어난 금액이다.
경제 전망이 어두운데도 세계적인 부호들이 미술품에 투자하는 것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게 미술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000만달러 넘는 작품 20여점 낙찰
슈퍼 리치들의 왕성한 ‘미술품 식욕’에 그림값도 치솟고 있다. 이달 뉴욕경매에서는 1000만달러 이상의 고가 그림이 20여점이나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의 1948년작 ‘넘버(Number) 19’은 치열한 경합 끝에 추정가의 두 배인 5836만달러(약 658억원), 장 미셸 바스키아의 ‘더스트헤즈(DUSTHEADS)’는 4880만달러(약 550억원)에 낙찰돼 미국 현대미술의 힘을 과시했다.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인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1968년 작품 ‘대성당 광장, 밀라노’는 3712만5000달러(약 418억원)에 팔려 생존 작가 작품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했다. 리히터가 최근 국제 미술시장에서 떠오르는 ‘황제주’임을 보여준 셈이다.
세잔의 1889~90년작 정물화 ‘사과들’(3700만달러ㆍ약 417억원), 모딜리아니의 여성인물화 ‘여인초상’(2592만달러·약 281억원), 프랑스 화가 샤임 수틴의 ‘어린 요리사’ (1800만달러·약 199억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1528만달러·약 165억원), 피카소의 ‘남자흉상’(968만달러·약 105억원)도 부호들의 품에 안겼다.
뉴욕경매에서는 재력가들의 입찰 경쟁에 힘입어 유명 미술가들의 경매 낙찰 최고가 기록이 쏟아졌다. 바스키아, 폴록, 리히텐슈타인 외에도 뤽 튀망(‘소문’·269만달러), 이브 클라인의 조각(2200만달러ㆍ248억원) 낙찰가가 작가 기록을 경신했다.
조지프 코넬(‘마술적인 비누거품 세트’·482만달러), 한스 호프만(‘여성복자의 기억’·482만달러), 필립 거스틴(‘펠리니에게’·258만달러), 케네스 놀런드(‘원’·213만달러), 리처드 세라(‘LA Cone’·426만달러), 줄리 머레투(‘Retopistics’· 460만달러) 등 16명의 출품작도 200만달러 이상에 팔리며 자신의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국제시장 활기 당분간 이어질듯
가장 큰 관심사는 슈퍼 리치들의 미술품 투자 랠리가 앞으로도 지속될지다. 낙관론자들은 개인과 기업의 여유자금이 안전자산과 회피성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투자자들이 금융위기 후 쌓아뒀던 현금을 미술품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채권 시장이 조정을 겪고 머니마켓펀드들이 제로에 가까운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에 비해 미술품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며 “슈퍼 리치들이 계속 투자해 미술시장은 당분간 성장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다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관망 중인 부호들이 미술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자산 버블 신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투자 관점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