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개발에 나서려는 독일 정부가 자국 맥주회사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셰일가스 개발 과정에서 지하수가 오염돼 맥주의 순수한 맛을 망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독일 정부로서는 셰일가스 개발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국의 맥주 맛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할 시점이다.

세계 최대 맥주제조업체인 안호이저부시인베브 등이 속해 있는 독일 맥주협회는 23일 성명을 통해 독일 정부가 프래킹 방식의 셰일 가스 시추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프래킹은 셰일층에 화학약품을 투입한 뒤 고압으로 폭발시켜 발생한 균열을 통해 천연가스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셰일가스 개발을 위해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기술이지만 환경단체들은 프래킹 과정에 쓰이는 화학약품과 가스가 주변 지하수를 오염시킨다고 비판하고 있다.

마르크 훈홀츠 맥주협회 대변인은 “독일은 지금도 우물에서 물을 길러 맥주를 제조하고 있는데 프래킹 방식은 여기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프래킹 방식이 지하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되기 전까지 이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맥주협회는 이같은 내용의 서한을 페테르 알트마이어 환경부 장관을 비롯한 6명의 장관에게 발송했다.

특히 맥주협회는 올 9월 총선에서 이 문제를 정치 쟁점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프래킹 방식의 셰일가스 시추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야당인 사회민주당 등은 프래킹 사용 승인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