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눈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무용학도 중에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습니다. 돈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제자들을 위해 저희가 직접 나섰습니다.”

경희대 무용학부에 재직 중인 전임·비전임 교수들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위해 14년간 십시일반으로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다. 주인공은 박명숙 학부장(63)과 김말애(64) 김화례(61) 안병주(52) 교수 등 15명. 학교를 떠난 김백봉 명예교수(86)도 기부자 중 한 명이다.

23일 경희대에 따르면 이들이 1999년부터 현재까지 모금한 금액은 총 3억3700만원에 이른다. 재직 교수 가운데 5명은 정년까지 5000만원을 더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특히 김말애 교수는 지금까지 총 모금액의 4분의 1이 넘는 1억1300만원을 혼자서 기부했다. 이들 교수는 14년 전 자발적으로 기부 약정을 맺고 매달 급여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떼어내 학생들을 위해 쓴다.

교수들은 ‘무용은 돈 많은 집 자제들만 한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무용가의 꿈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박 학부장은 “무용 전공 학생 중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렵게 학비를 버는 학생도 많다”며 “기초수급자인 학생이 찾아와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려워 학교를 못 다니겠다’고 하는 말을 듣고 장학기금 조성이 절실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