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위, 역세권 신규출점 150m→100m로 제한…외식업계 "일방적 규제 강화…3개월간 들러리 선 셈"
“갑을(甲乙)논란에 편승한 졸속 결정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22일 외식기업 신규진출 허용범위를 역세권 반경 100m로 사실상 결정하자 프랜차이즈협회 등 외식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 및 프랜차이즈업체의 주장은 무시되고 자영업자들의 주장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결정은 동반위가 지난달 말까지 중재안으로 제시했던 역세권 반경 150m에 비해서도 규제가 강화된 것이다. 프랜차이즈협회는 법적대응도 검토 중이다.

◆3주 만에 날아간 50m

지난 2월 말 음식점업 동반성장협의회가 처음 열릴 당시 외식 대기업(상호출자제한 대상 기업·프랜차이즈·일반 중견기업)은 ‘역으로부터 반경 500m 이내 출점허용’을 주장했다. 반면 자영업자 측은 ‘역 반경 25m 이내 허용’을 고집했다. 양측은 지속적으로 협의했지만 ‘200m’(외식대기업)와 ‘100m’(자영업)로 물러난 뒤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말 동반위는 ‘역세권 반경 150m 이내 출점허용’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3주 만에 갑자기 태도를 바꿔 100m 안으로 사실상 결정했다.

게다가 ‘출점제한구역이라 하더라도 간이과세자(연매출 4800만원 미만) 점포로부터 100m 떨어진 곳이면 자유롭게 매장을 낼 수 있다’는 내용의 예외 규정도 ‘없었던 일’로 만들었다. 갑을 논란 때문에 바짝 엎드려 있는 외식 대기업들은 겉으론 “동반위가 결정했으니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반응이지만, 속으론 “외식산업 선진화, 글로벌화는 물 건너갔다”며 우려하고 있다. 프랜차이즈협회는 협회 차원에서 법적 대응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

◆동반위 이중플레이(?)

외식업계는 동반위가 이미 결론을 내놓고 실무위원회를 진행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외식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참여한 논의기구인 동반성장협의회를 통한 타협안이 마련되지 못하자 동반위는 “역세권 반경 150m안을 중재안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혔다.

그러나 동반위는 20일과 22일 최종 결정을 위한 실무회의에 100m안을 올렸다. 외식 대기업으로선 허를 찔린 셈이다. 프랜차이즈 기업 고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통상 사용하고 있는 역세권 기준(역으로부터 반경 500m 이내)은 처음부터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외식 대기업들은 “약 3개월 동안 14차례에 걸쳐 업계 당사자들이 논의한 내용이 깡그리 무시됐다”며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고 업계를 ‘들러리’로 세웠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중 잣대와 절차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중견 프랜차이즈 기업에 강화된 규제를 적용키로 한 것에 대해 동반위 관계자는 “놀부BNG 더본코리아 등은 상호출자제한기업은 아니지만 덩치가 크기 때문에 상호출자제한 기업 등과 같은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동반위 실무위원회에 중견기업의 이해를 대변할 단체가 참여하지 않은 것도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동반위 실무위원회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참여해 본회의에 올릴 최종안을 확정하는 기구다. 오는 27일 동반위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20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회의를 개최했다.

◆‘안방’ 노리는 일본 외식기업


동반위의 외식업 출점 규제를 계기로 국내 외식업체들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일본 외식업체들은 엔저 효과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한국에 진출하고 있다. 일본 외식기업 와타미 그룹은 제너시스BBQ와 손잡고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주변에 일식 캐주얼 레스토랑 ‘와타미’ 1호점을 이달 3일 열었다. 이 점포는 문을 연 지 한 달이 채 안된 가운데 하루 평균 매출이 800만원에 달했다.

송종현/조미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