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러·일 전쟁 때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독도를 점령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를 역사 문제가 아닌 영토 문제로 간주하고 있죠.”

최근 일본이 노골적으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한·일 관계가 경색 국면에 처한 가운데 일본의 지성인 4명이 부산에서 ‘반(反)다케시마 기자회견’을 열고 독도가 한국 땅임을 밝혔다. 일본의 역사학자 등으로 구성된 ‘다케시마를 반대하는 시민모임’ 회원 4명은 21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도 문제는 영토 문제가 아니라 역사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모임은 지난달 일본 내 역사학자, 종교계, 시민단체 일부 인사가 결성한 단체로, 국내 민족학교 ‘독도 학당’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이날 회견에는 구보이 노리오 전 모모야마학원대 교수, 구로다 요시히로 전 오사카 쇼인여대 강사, 사카모토 유이치 전 규슈국제대 교수 등 역사학자 3명과 모임의 이사로 활동하는 이치노헤 쇼코 아오모리 운소사(寺) 스님 등 4명이 참석했다.

구보이 전 교수는 “일본 정부가 독도를 영토 문제로 간주하려는 것은 반성은커녕 한국 침략을 미화하는 것이며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지정도 일본의 영토주의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린이를 비롯해 일본 국민을 위해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바르게 고쳐 나가야 한다”며 “내년 3월까지 올바른 독도 역사를 담은 교육 부교재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독도와 울릉도가 일본 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1770년대의 ‘일본여지로정전도(日本輿地路程全圖)’라는 고지도가 있다”며 사본을 공개했다. 이들은 이 지도에 대해 “나가구보라는 인물이 1775년 제작했다가 당시 막부에서 다시 만든 지도”라며 “1775년 초판에 독도와 울릉도를 일본 땅으로 표기했던 것을 막부가 ‘독도와 울릉도는 조선 땅’이라며 회수해 1875년 개정판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부산을 통해 방한한 구보이 전 교수 일행은 이날 기자회견에 이어 22일 일본 국민으로서는 최초로 독도를 찾을 예정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