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소나타·쇼팽 24개 전주곡 들려줄게요"
2011년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콩쿠르는 한국 클래식 마니아들에 특히 기억에 남는 대회다. 국내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손꼽히는 손열음과 조성진이 각각 2, 3위를 차지해서다. 러시아의 ‘신성’ 다닐 트리포노프(22·사진)의 이름도 이때 한국에 알려졌다. 그는 이 대회에서 손열음과 조성진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내달 11~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여는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트리포노트는 “한국에서의 첫 공연에 행복한 부담감을 느낀다”며 “최선을 다해 내 색채를 끌어낼 수 있는 연주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첫날에는 스크리아빈의 피아노 소나타 2번,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 쇼팽의 24개 전주곡을 들려준다. 둘째날에는 스크리아빈의 피아노 소나타 3번, 차이코프스키의 소품들, 라흐마니노프의 ‘쇼팽 주제의 변주곡’ 등을 골랐다.

그는 “드라마틱한 작품들을 주로 골랐다”며 “리스트 소나타와 쇼팽 전주곡처럼 유럽 낭만전통의 대표적인 작품과 콘서트에서 덜 연주됐던 라흐마니노프의 ‘쇼팽 주제의 변주곡’ 등 러시아 작곡가 레퍼토리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스크리아빈, 리스트, 쇼팽, 라흐마니노프는 최근 자주 연주하는 곡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태어난 트리포노프는 다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했다. 2008년 스크리아빈 콩쿠르와 산 마리노 국제콩쿠르에서 수상한 뒤 2010년 쇼팽 피아노콩쿠르 3위, 2011년 루빈스타인 콩쿠르 1위, 2011년 차이코프스키 피아노콩쿠르 1위를 거머쥐었다.

‘무결점 연주’라고 평가받는 그는 이달에만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스위스 등에서 연주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11년 콩쿠르에서 손열음, 조성진에게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궁금했다.

“사실 콩쿠르에서는 내 연주에 집중하느라 다른 연주자들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어요. 몇주 전 모스크바에서 손열음을 만났는데 그가 연주한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듣고 제 레퍼토리에 추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성진과는 파리에서 만난 적이 있고 사이가 무척 좋아요.”

피아노 협주곡과 소나타 등을 직접 만들고 있다는 그는 “작곡을 지속하는 게 앞으로의 목표”라고 했다. 곡을 직접 만들면 다른 곡에서도 어떤 식으로 연주해야 하는지 작곡가의 의도를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6월11~12일 오후 8시. 4만~8만원. (02)541-2512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