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1988년 설립 이후 지난 3월 말까지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번 누적 수익금이 180조원을 넘었다. 이 기간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6%대에 이른다. 연금 보험료에 누적 수익금까지 불어나면서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수익금만으로 연금 줘

국민연금 누적수익 180조 넘어
국민연금공단은 3월 말 기준으로 국민들로부터 걷은 보험료를 투자해 불린 누적 수익금이 18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지난 3월까지 낸 수익만 70조원을 넘었다.

투자 수익률은 최근 3년간(2010~2012년) 연평균 6.4%, 5년간(2008~2012년) 연평균 6.03%를 기록했다. 5년 평균 수익률은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의 세계적 연기금보다 높았다. 1988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6.38%였다.

국민연금은 설립 이후 연금 수급자들에게 81조2000억원을 지급하고 관리운영비로 4조6000억원을 사용했다. 투자 수익금만으로 연금을 지급한 셈이다. 수익금이 쌓이고 연금 보험료를 내는 사람이 증가해 3월 말 기준 적립금도 405조9000억원에 달했다. 400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적립금은 작년 말 391조원에서 3개월 새 14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수익금은 8조8000억원 늘어나 전체 적립금 증가분의 59.0%를 차지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금센터장은 “고령 인구가 계속 늘어나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은 소진될 것이 분명하지만 그때까진 수십년의 여유가 있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 운용을 잘해 적립금을 더 오래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투자 포트폴리오 다양화해 수익

국민연금이 이처럼 안정적 수익을 올린 것은 적절한 위험 관리와 절묘한 투자 시기 선택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주식투자 비중을 제한한 덕에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때 큰 손실을 보지 않은 게 좋은 예다. 가입자 단체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금융위기 때 국민연금이 미국이나 네덜란드 연기금보다 안정적 수익을 낸 것은 안정성에 중점을 두자는 가입자 대표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주식투자 기회를 놓치지는 않았다. 2008년 말과 2009년 초 발빠르게 움직였다. 국내 주식가격이 떨어지자 장기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주식을 사들였다. 이후 예상대로 주가가 올랐고 국민연금은 2010년과 2011년에 연속으로 10%대 수익률을 올렸다.

2009년부터는 해외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 영국 런던의 HSBC타워, 독일 베를린의 소니센터, 미국 뉴욕의 헴슬리빌딩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건물은 불경기에도 상대적으로 임대가 잘되고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 좋은 가격에 매각하기도 쉽다고 판단했다. 영국 런던 중심가의 88우드스트리트 건물은 2009년 매입한 뒤 지난 4월 매각해 17.5%의 수익을 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