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떨어져 집을 팔아도 대출 원금과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이른바 ‘깡통주택’에 대한 경매를 은행들이 6개월간 유예해 주기로 했다. 나중에 집이 팔리면 경매유예 기간 동안 발생한 연체이자도 탕감해 주기로 했다. 집주인에게 경매 낙찰가보다 높은 가격에 집을 팔 수 있는 기회를 줘 은행은 물론 집주인과 세입자가 입는 손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농협 등 주요 은행들과 은행연합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한 ‘경매유예제도(담보물 매매중개 지원제도) 확대 방안’에 합의했다.

은행들과 제2금융권 회사들은 작년 말부터 깡통주택 경매를 3개월간 유예해주는 경매유예제도를 시행해 왔다. 하지만 전문 매매중개 사이트에 매물을 올린 후 3개월 안에 집이 팔리지 않아 결국 경매에 넘어가고 연체이자까지 더 물어내야 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은행들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경매유예 기간을 6개월로 늘리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은행들을 중심으로 이 방안을 시행한 후 점차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매 시기를 6개월간 유예해주는 방안에 제2금융권까지 동참할 경우 약 3만~5만가구 가량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매를 6개월간 미뤄주는 대상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후 3개월 이상 연체해 집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한 대출자들이다. 은행들은 원금과 이자 상환 의지가 있는 사람일 경우 6개월간 경매를 유예해주고 집이 팔리면 그동안 발생한 연체이자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대출자가 원할 경우엔 6개월 이후에 유예기간을 추가로 주는 방안도 은행별로 검토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주인이 경매 낙찰가보다 높은 시장가격에 공개적으로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자는 취지에서 경매유예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지난 4월1일 발표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주택담보대출을 1~3개월 연체한 대출자가 은행에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최초 대출 시점의 담보인정비율(LTV)을 계속 적용받을 수 있는 방안을 오는 6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집값 하락이 LTV 기준 초과로 이어져 원금과 이자 상환 압박에 시달리는 하우스푸어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은 거의 손대지 않는 대신, 주택담보대출자의 경매 시기를 늦춰주거나 채무를 미리 조정해주는 쪽으로 하우스푸어 구제책이 시행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