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맨 왼쪽)이 15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벤처 활성화를 통해 한국 경제를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꾸겠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맨 왼쪽)이 15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벤처 활성화를 통해 한국 경제를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꾸겠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5일 발표한 벤처 정책은 ‘창업-성장-회수-재투자’ 등 단계별로 자금이 자유롭게 순환하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다. 남다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들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도록 ‘벤처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될 경우 앞으로 5년간 4조3000억원의 자금이 벤처·창업시장에 새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다.

○‘벤처 1세대’에 투자 인센티브

창업 초기 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자금조달이다. 투자를 받을 만한 공신력이 부족해 금융회사의 대출로 버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벤처 1세대의 성공한 기업인들이 투자에 다시 나서도록 충분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벤처 주식을 판 자금으로 창업투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벤처에 재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 과세를 주식 처분 시점까지 미뤄준다.

엔젤투자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비율을 30%에서 50%(투자금액 5000만원까지)로 확대하고, 연간 종합소득 가운데 공제 한도도 40%에서 50%로 높인다. 연간 5000만원을 투자하는 엔젤투자자는 소득세 절감액이 기존 570만원에서 950만원으로 늘어난다.

전문적인 엔젤투자에 대해서는 2억원까지 연구개발(R&D)비를 매칭 지원한다. 일반 국민들도 소액투자할 수 있도록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온라인에 개설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정부 주도 벤처캐피털인 ‘요즈마펀드’를 본떠 5000억원 규모의 ‘미래창조펀드’도 조성한다. 이 가운데 2000억원은 창업 초기기업에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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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단계, M&A 통해 성장 물꼬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오른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중간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길을 넓히기로 했다. 벤처기업 또는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 5% 이상인 중소기업이 시가의 150% 이상 가액으로 인수합병(M&A)할 경우 ‘기술혁신형 M&A’로 규정해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매수기업은 M&A 거래액 가운데 기술가치 금액 10%를 법인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매도기업 주주는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대기업이 기술혁신형 M&A에 나설 경우 인수된 기업이 대기업 계열사로 편입되는 시점을 3년간 늦춰주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동안 대기업들은 계열사를 늘리는 것에 부담을 느껴 쉽게 M&A를 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대책을 계기로 벤처업계에서 대기업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M&A로 인해 덩치가 커지는 중소기업도 중소기업 지위를 3년간 유지해준다. 대기업이 되면 받을 수 없는 세제 혜택 등을 당분간 누릴 수 있다. 2조5000억원의 신규 정책자금을 공급해 M&A와 기업공개(IPO) 자금도 지원한다.

○한국계 벤처캐피털에도 출자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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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벤처인이 ‘멘토’가 돼 후배 기업인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벤처캐피털도 국내 벤처캐피털과 동등한 조건으로 모태펀드의 출자를 받을 수 있도록 문호를 연다. 국내외 성공 벤처인으로 ‘청년창업 멘토링 서포터스’를 만들어 후배 창업가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나아가 투자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정부는 이번 정책에 힘입어 향후 5년간 벤처·창업 생태계로 유입되는 투자자금이 당초 전망치인 6조3000억원에서 10조6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M&A와 코넥스 등을 통해 회수된 수익 4조4000억원 가운데 1조7000억원은 다시 벤처로 돌아가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각종 세제 혜택을 돌려주느라 당장은 세수가 마이너스가 되겠지만, 매출 확대 등에 힘입어 향후 5년간 1조6000억원의 세수 증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김유미/김우섭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