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음악 지고 힙합열풍 거세다…포미닛·긱스 등 가온차트 상위권 싹쓸이
댄스음악이 지배해온 가요계에 랩(힙합) 열풍이 거세다. 지난해까지 음원차트 상단을 차지한 래퍼는 빅뱅과 투애니원에 그쳤지만 올 들어 긱스, 버벌진트, 배치기 등 힙합그룹들이 일제히 치고 올라오는 모습이다. 소녀시대와 포미닛(사진) 등 기존 댄스그룹들도 힙합 스타일의 노래를 잇따라 내고 있다. 댄스음악의 단조로움에 식상한 소비자를 겨냥한 대중음악계의 변신으로 해석된다.

5월 2주차 가온차트 1, 2위에 오른 두 노래가 이런 흐름을 잘 대변한다. 1위 곡인 걸그룹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는 힙합 느낌을 살린 댄스곡이다. 댄스음악을 해온 포미닛이 처음으로 힙합풍을 도입해 경쾌함을 살렸다. 고고한 이미지의 소녀시대도 앞서 뮤직비디오 ‘아이 갓 어 보이’에서 화려한 힙합풍 의상으로 등장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2위 곡은 힙합듀오 긱스의 ‘워시 어웨이’다. 강렬한 힙합 리듬을 감미로운 목소리에 실어 전달한다. 에일리가 피처링(도움 가수)을 맡아 사랑의 애절함을 고음으로 들려준다. 긱스는 지난달에도 ‘어때’로 각종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배치기와 버벌진트의 활약도 눈부시다. 2인조 힙합그룹 배치기는 지난 2월 ‘눈물샤워’로 각종 음원차트 상단에 진입했다. 지난달에는 발라드 가수 린의 ‘오늘밤’ 피처링에 참여했다. 감미로운 발라드 리듬에 경쾌한 랩을 얹어 여러 번 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다이내믹하게 느껴지도록 했다. 배치기는 여기서 자신이 부르는 랩 가사를 직접 썼다.

솔로 버벌진트는 최근 화제를 불러모은 조용필의 ‘헬로’ 뮤직비디오 피처링에 참여했다. 버벌진트는 올 들어서만 서인국의 ‘너땜에 못살아’, 여성 듀오 다비치의 ‘녹는 중’ 등 화제곡 4개의 피처링에 참여했다. 그는 다른 장르의 노래에 랩으로 악센트를 주는 역할을 했다. 가령 ‘헬로’는 기타와 드럼 연주 중심의 팝이지만 랩이 가미돼 강렬한 느낌을 더해줬다.

이처럼 랩이 가요계의 전면에 나서 인기를 끄는 데에는 스스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그동안 외국에서 그대로 도입한 랩은 너무 빨라서 일반인들이 알아듣지 못했다. 대중성도 약화돼 언더그라운드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래퍼들은 댄스곡과 혼합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힙합 곡을 잇따라 만들어냈다. 대중에게 친근한 가수들과 협업에 나선 것도 도움이 됐다.

음악평론가 성시권 씨는 “버벌진트와 배치기 등은 언더그라운드 멜로디였던 힙합에다 대중적인 감각을 잘 섞어 일반인도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다른 장르 노래의 피처링에 적극 나서는 것은 오랜 언더그라운드 생활에서 서로 경쟁하기보다 협력하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성씨는 분석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