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의약품(API)을 만드는 비상장업체 경보제약은 지난해 매출 1528억원에 영업이익 225억원의 실적을 냈다. 웬만한 중견 제약사급 덩치다. 특히 이익률(14.7%)은 제약업계를 통틀어 최상위권이다. 이 회사의 지분 59.3%를 갖고 있는 종근당에는 알짜배기 자회사인 셈이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제약사들의 우량 원료의약품 자회사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지고 있다. 모 회사의 실적에 힘입은 동반 성장에 해외 직접 수출까지 더해지고 있어서다.

국내 업체가 생산한 원료의약품의 주요 수출 국가는 일본 중국 미국 인도 등이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국가도 주요 수출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제약사의 완제품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0%대에 그친 반면 원료의약품은 2011년부터 매년 20%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경보제약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9%에 달한다. 일본 중국 유럽 러시아 등에 항생제 원료인 ‘세프트리악손’을 주로 수출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원료의약품 수요 증가로 지난 1분기에도 목표를 거뜬히 달성했다.

유한양행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는 자회사 유한화학은 모 회사의 수출 확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전년 대비 33.9% 늘어난 777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917억원(18% 증가)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에이즈치료제 등 항바이러스 관련 원료 의약품 수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5년 원료의약품만으로 수출 1500억원을 목표하고 있어 원료의약품 자회사의 동반 성장이 예상된다.

동아제약이 지분 13.2%를 갖고 있는 에스티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항바이러스제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전년 대비 13.4% 늘어난 830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102억원을 냈다. 한미약품의 원료자회사 한미정밀화학, 우루사원료를 생산하는 대웅제약의 대웅바이오도 올해 의약품 수출 증가가 기대되는 원료의약품 업체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2008년부터 GMP(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 시설에 투자한 결실이 최근 가시화되고 있다”며 “일본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최근에는 보험재정 부담 완화를 위해 제네릭 수요를 늘리고 있어 관련 원료 수출에 호재”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