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웅래 선양 회장 "뭔가에 미치면 아침이 기다려진다…미쳤다는 소리를 들어야 성공한 인생"
“스토리가 있는 나만의 삶을 만들어야 합니다. 서울대라는 학벌이 아니라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뭔가에 몰입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게 중요하죠”

전화기로 운세를 알려주는 1인 창업회사를 차린 뒤 성공해 대전의 소주회사를 인수한 조웅래 선양 회장(53·사진)은 지난 9일 서울대 창업동아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원 오브 뎀(one of them·다수 중 하나로 특징 없는 삶)이 되는 인생을 사는 것은 비참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갈망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뭔가에 미쳐 빨리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는 열정이 있어야 창업을 해도 성공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좌우명은 불광불급(不狂不及·미치도록 몰입하지 않으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이라고 소개하고 “사물을 이리저리 뒤집어 보고 남들이 역발상이라고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것도 성공에 대한 갈망과 몰입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1993년 전화운세 사업에 뛰어들어 1인 회사를 차렸다. LG정보통신에 다니던 어느 날 자동응답시스템(ARS) 사업이 뜰 거라 생각해 사업체를 꾸렸다. 자본금 2000만원과 집에 있는 286컴퓨터로 시작했다. 휴대폰 벨소리 제공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성공해 벤처기업가 타이틀을 달았다.

조 회장은 “가난할 때는 새로운 게 뭘까 하고 늘 고민했지만 통장에 꼬박꼬박 거금이 들어오면서 현실에 안주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며 “2004년 선양을 인수한 것은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남 함안 출신으로 마산고와 경북대를 졸업한 자신이 대전에서 주류회사를 경영한다는 데 대해 주변의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면 성공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산속 황톳길이다. 다른 주류 대기업처럼 영업망을 강화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찾아올 공간을 만들어 내자”고 생각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대전 장동 계족산에 14.5㎞의 길이로 조성한 황톳길에서 맨발 마라톤, 산중 클래식 공연 등 이벤트를 끊이지 않고 열었다. 이 황톳길은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대전의 명물이 됐고, 어느곳에서도 광고를 하지 않았지만 소주 매출을 끌어올리는 1등공신이 됐다. 황톳길을 깔기 전 40% 미만이었던 선양의 대전 소주시장 점유율은 최근 70%대까지 올랐다. 조 회장은 “대기업만큼 자본이 풍족하지 않지만 꼭 이겨야 한다는 갈망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역발상을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현실에 안주하려 하면 절대로 스토리가 있는 인생은 만들어질 수 없다”고 조언했다. 강연이 끝난 뒤 ‘채용 때 어떤 점을 특별히 보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채용시험에서 마라톤 10㎞ 완주가 필수”라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만수/강진규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