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립박수 받는 朴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가진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뒤쪽은 조 바이든 부통령 겸 상원의장(왼쪽)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  /연합뉴스
< 기립박수 받는 朴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가진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뒤쪽은 조 바이든 부통령 겸 상원의장(왼쪽)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여섯 번째로 미국 의회 본회의장에 들어선 8일(현지시간) 오전 10시36분. 조 바이든 미 부통령,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비롯해 미 의회 상·하원 100여명이 일제히 일어나 뜨거운 박수로 동북아 지역의 첫 여성 대통령을 맞이했다. 기립박수는 3분 이상 이어졌고 박 대통령은 환한 미소로 답례했다.

박 대통령이 30분간 영어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기반 구축, 동북아 지역의 평화협력 체제 구축 방안 등을 밝히는 동안 35차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 대통령은 6·25전쟁에 참전한 찰스 랭글, 존 코니어 의원 등 4명을 일일이 거명하며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한·미 정상회담] "동북아 평화 위해 多者대화 시작하자" 서울프로세스 제안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이 환경과 재난구조, 원자력 안전, 테러 대응 등 이슈부터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고 점차 다른 분야까지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는 ‘동북아 다자간 대화 프로세스’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일명 서울프로세스)’을 공식 제안하면서 “여기에는 북한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아시아는 지금 역내 국가 간 경제적 상호의존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안보협력은 뒤처진 소위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에 빠져 있다”며 “이런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준비한 원고를 거의 보지 않고 연설을 함으로써 시종일관 미 의원들의 주목을 이끌었다. 박 대통령은 또 자신의 대북구상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관련, “북한의 핵은 절대 용납할 수 없고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인도적 지원은 해나가면서 남북 간의 점진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축적함으로써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유지해 나가면서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지역으로 변한 비무장지대(DMZ) 내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이 도발로 위기를 조성하면 적당히 타협해 보상해주는 잘못된 관행이 반복돼 왔다”며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방향으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북한의 변화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원자력협정 개정문제와 관련, “선진적이고 호혜적으로 한·미 원자력협정이 개정된다면 양국의 원자력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의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이승만,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여섯 번째다.

한편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과 대북정책에 대해선 한목소리를 냈지만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등에선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작권 이양과 관련, “양국은 2015년 전작권 전환을 위한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 전환 시기를 강조했다. 반면 박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은 한·미 연합 방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준비, 이행돼야 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시기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선진적이고 호혜적인 방향으로 협정이 개정돼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킨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평화적인 핵 에너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는 한국이 핵 재처리 및 농축 기술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미국 측 시각을 반영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