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년간 지구 생태계를 지켜온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겨울에만 미국 꿀벌의 31%가 죽었다. 2006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꿀벌은 식물이 열매를 맺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현재 세계 인구가 식량으로 먹는 작물 가운데 약 63%가 꿀벌의 수분(受粉) 작용에 의지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지난겨울 80만마리의 꿀벌이 사라지면서 농작물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7년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꿀벌은 매년 30%씩 감소했고, 지난 25년간 절반 이상 줄었다. 꿀벌의 감소는 농업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식물의 수분 활동이 멈추면 가축의 사료도 줄어들어 결국 지구 생태계와 먹이사슬에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지구상에 벌이 사라진다면 식물이 수분 작용을 못 해 인류는 4년 내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꿀벌의 수분 활동에 의존하는 농업은 200억달러(약 21조8000억원) 규모. 세계적으로는 연 2030억달러(약 224조원)에 달한다. 이 중 꿀벌에 100% 의존하는 분야는 아몬드 재배다. WSJ는 연 40억달러를 생산하는 미국 아몬드 재배업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농무부는 꿀벌의 감소를 살충제, 대기 오염, 바이러스 감염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추정했다. 휴대폰의 전파가 꿀벌의 신경계를 마비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꿀벌 개체 수 감소를 겪고 있는 유럽연합(EU)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럽 집행위원회(EC)는 최근 꿀벌의 감소 원인으로 지목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3종을 2년간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내렸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