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차라리 캄보디아가 부러운 이유
“한국에 돌아가거든 캄보디아가 기업을 운영하기 좋은 국가라는 점을 널리 알려주세요.”

임춘림 캄보디아 국토관리부 장관은 한국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진지하게 ‘캄보디아 세일즈’를 벌였다. 지난 7일 프놈펜 도심에 1만7000여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부영타운’ 기공식이 끝난 직후였다. 그는 “캄보디아는 해외 투자자를 존중하는 열린 시장”이라며 적극적으로 한국 기업의 투자를 요청했다.

임 장관 말처럼 캄보디아의 투자여건은 매년 좋아지고 있다는 게 한국대사관과 한인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김한수 주(駐)캄보디아 대사는 “부패방지위원회가 출범한 뒤 사회가 점점 투명해지고 있고, 캄보디아 정부도 신속한 인·허가 등으로 외국 기업인들을 배려한다”고 소개했다.

이번 부영타운 기공식에서도 이런 캄보디아 정부의 배려가 느껴졌다. 프놈펜은 다른 동남아 도시보다 도로와 전기 등 인프라가 열악한 편이다. 포장 상태가 나쁜 데다 오토바이와 자전거까지 뒤섞인 도로는 승용차로 시속 30~40㎞ 이상 속도를 내기 힘들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중근 부영 회장이 탄 차가 이동할 때마다 경찰 순찰차가 선두에 서서 길을 트고, 주요 동선마다 배치된 경찰은 교통 신호기를 조절해 이동 시간을 최대한 줄여줬다. 중국이 개방 초기에 투자기업인을 환대하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부영의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도 캄보디아 정부는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임 장관은 건축심의 등 수개월씩 걸리는 인·허가를 원스톱으로 처리해 주기로 약속했다. 부족한 건축자재를 수입할 때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정도다. 170만명 이상이 숨진 ‘킬링필드’ 대학살과 연이은 내전으로 1998년에서야 민주정부를 수립했던 캄보디아는 이처럼 기업 유치에 열정적이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규제 만들기에 열심인 관료. ‘경제민주화’란 미명 아래 대기업 옥죄기에 나서는 사회. 능력과 업적이 월급으로 평가받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연봉 5억원이 넘는 등기 임원들의 월급을 만천하에 공개하자는 시민단체….

2013년 대한민국 기업 환경의 현주소다. 캄보디아의 기업 환경이 부러워지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김보형 프놈펜/건설부동산부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