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자녀' 돌보다 은퇴파산 11년 빨라진다
대기업에서 정년 퇴직한 A씨는 갈수록 걱정거리가 늘어간다. 퇴직금으로 차린 커피전문점은 임대료 맞추기도 빠듯하다. 취업난을 걱정하는 대학교 4학년 아들은 졸업을 한 해 미뤄 뒷바라지에 또 돈이 들어가게 생겼다. 그런대로 괜찮은 부부 금슬이 언제까지 갈지 불안하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7일 내놓은 ‘인생 후반을 좌우하는 5대 리스크’ 보고서를 토대로 재구성한 사례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은퇴 창업 실패 △금융 사기 △중대 질병 △황혼 이혼 △성인 미혼 자녀 동거 등을 은퇴한 사람들이 안고 있는 5대 리스크로 꼽았다.

◆은퇴창업 50% 3년 내 폐업

‘인생 후반전’에서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리스크는 은퇴 후 자영업에 뛰어드는 이른바 ‘은퇴 창업’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었다. 지난해 말 현재 자영업자 571만8000명 가운데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0.5%, 60대 이상은 24.0%였다. 2005년만해도 50대 자영업자 비중은 22.6%에 불과했다.

문제는 은퇴 창업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폐업 때 재정적인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자영업자가 1년 이내 휴·폐업할 확률은 18.5%이며, 3년 이내 폐업할 가능성은 46.9%였다. 평균 창업비용은 6570만원인데, 이 돈을 고스란히 날릴 확률이 절반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거꾸로 자영업으로 벌어들이는 순이익은 월 149만원으로 부부 최소 노후 생활비 122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불과했다. 김혜령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다수가 실패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 사기를 당할 가능성도 높았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50~60대 가운데 금융 사기를 당한 사람은 각각 4.7%와 5.2%였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평균 피해 금액을 7000만~8000만원으로 추정했다.

◆은퇴 후 자녀 부양에 월 90만원 쓴다


보고서는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고 결혼 비용이 늘어나면서 미혼 자녀 부양 부담도 은퇴 후 리스크로 지목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50~60대 가구의 28.6%가 대학교나 대학원에 다니지 않는 20세 이상 미혼 자녀와 같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자녀 1명을 부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월 90만원으로 추산했다. 자녀가 결혼할 경우 남성 자녀는 4631만원, 여성 자녀는 3058만원을 평균적으로 써야 했다.

황혼 이혼 위험도 상당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50세인 남성이 앞으로 이혼하게 될 확률은 2.4%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혼할 경우 재산뿐만 아니라 향후 수령할 연금도 분할해야 해 노후 재정불안이 커진다. 50세 이상이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 3대 중증질병을 겪을 가능성은 45.4%로 분석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60세에 은퇴하는 사람이 2억5000만원의 금융자산을 연 5% 수익률로 운용한다고 가정한 뒤 이를 모두 쓰는 ‘은퇴 파산’ 시점을 추정했다. 5대 리스크가 없을 땐 88세였다. 하지만 성인 자녀 부양 시 77세, 금융 사기 발생 시 77세, 황혼 이혼 시 78세, 은퇴 창업 실패 시 83세, 중대질병 발생 시 85세로 은퇴 파산 시기가 앞당겨졌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