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세일' 다미아니, 30% 할인하는 까닭
“봐뒀던 게 있으면 지금 구입하세요. 원래 세일 안하는 브랜드인데 감사 차원에서 싸게 파는 거예요.”

평소 세일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주얼리·시계 브랜드 ‘다미아니’가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과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 등 일부 백화점 매장에서 주요 제품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이들 백화점에서는 다이아몬드가 8개 세팅된 다미아니의 정가 260만원짜리 반지가 30% 싼 182만원에 팔리고 있다.

특이한 것은 지난달 오픈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는 “우리(다미아니)는 ‘노세일’ 브랜드”라며 “현대백화점이 진행하는 상품권 증정 이벤트에는 참여할 수 있지만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세일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콧대’ 높기로 소문난 외국 명품 브랜드들이 매장에 따라 다른 가격정책을 쓰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다미아니가 백화점별로 다른 가격에 팔리는 것은 다미아니 본사가 지난 3월 한국에 직접 진출하면서 옛 수입사였던 엠앤비아이엔씨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엠앤비아이엔씨는 경기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가 이어지자 지난해 7월과 9월 이 회사가 운영하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분당 AK플라자 매장 두 곳의 문을 닫았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11년 297억원에서 지난해 234억원으로 21% 감소했다.

엠앤비아이엔씨는 갤러리아 명품관과 롯데 부산 본점 매장은 계속 운영하면서 보유 중인 재고를 최근 다미아니 본사 측에 넘기고 사업을 아예 접으려고 했다. 하지만 본사가 이를 받아주지 않자 결국 ‘떨이’에 나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애프터서비스(AS) 등과 관련해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다미아니코리아가 직접 운영하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매장 관계자는 “갤러리아 명품관과 롯데 부산 본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AS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엠앤비아이엔씨 측은 “AS는 우리(엠앤비아이엔씨)가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 안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결혼을 앞둔 임미진 씨(32)는 “예물 반지를 다미아니의 ‘디사이드 링’으로 하려고 했는데 매장마다 말이 달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명품 수입업계 관계자는 “명품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생명인데, 다미아니는 옛 수입사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신뢰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미아니는 1924년 이탈리아의 보석 디자이너 엔리코 그라시 다미아니가 설립한 주얼리·시계 브랜드로, ‘보석업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드비어스 다이아몬드 인터내셔널 어워드를 18번 수상했다. 미국의 유명 배우 브래드 피드가 디자인에 참여한 디사이드 링(사진)으로 유명하다.

민지혜/강진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