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行 현금 수송차량 > 남북이 개성공단 미수금 문제를 합의함에 따라 현금수송차량이 3일 개성으로 향하고 있다.  도라산=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 개성行 현금 수송차량 > 남북이 개성공단 미수금 문제를 합의함에 따라 현금수송차량이 3일 개성으로 향하고 있다. 도라산=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 우리 측 인원 7명이 3일 전원 귀환함에 따라 남북 간 마지막 연결고리였던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남북은 우리 입주 기업의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을 끝내 합의하지 못하고 후속 협의를 이어가기로 해 남북 간 협의의 끈은 남겨뒀다.

우리 측 관계자 7명은 이날 도라산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귀환했다. 미수금과 관련, 북측은 총 1300만달러를 요구했다. 정부는 빠른 귀환을 위해 정부가 먼저 지급하고 사후에 기업에 해당 비용을 확인한 뒤 정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북측이 실무협의 과정에서 요구한 미수금은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의 3월분 임금 730만달러, 2012년도 기업 소득세 400만달러 상당, 통신료·폐기물 처리비를 비롯한 기타 수수료 170만달러 등이다.

북측은 4월분 임금 120만달러도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우리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추후 협의키로 했다. 정부는 북측에 추후 협의를 위해 남북 간 단절된 판문점 채널과 군통신선을 재개통할 것을 요구했다.

협의 과정에서 난항을 겪은 것은 우리 측이 요구한 입주 기업의 완제품·원부자재 반출 부분이었다. 우리 측의 반출 요구에 북측은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부는 완제품 반출 등을 전화로 북측과 협의키로 했다.

북측이 완제품 반출에 끝내 합의하지 않은 것은 다음 단계를 노린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북소식통은 “우리 기업의 완제품·원부자재는 향후 북측이 언제든지 몰수조치할 수 있는 카드가 된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2010년 금강산 관광 재개 협상이 좌절되자 현지 시설에 대해 동결·몰수조치를 내놨다. 반면 개성공단에는 이 같은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평가다. 개성공단 내 시설은 남측에서 송전을 중단하면 북한이 몰수해도 직접 이용하기가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은 공단 재개를 위한 협상의 끈으로 남겨둔 측면도 있다. 공단 내 우리 측 인원이 전원 철수했지만 협상을 이어갈 이슈를 남겨둠으로써 마지막 연결고리로 활용할 수 있다. 정부도 공단 정상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에 대한 단전·단수는 “향후 개성공단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당장 착수할 계획은 없음을 시사했다.

한편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표자들이 각자 공장에 방문해 밀린 임금을 지급하고, 공단에 있는 원부자재와 생산 완제품을 가져올 수 있도록 방북을 승인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