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공해도시란 오명 못지않게 울산시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게 바로 박물관 하나 없는 ‘문화 불모지’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을 때였죠.”

3선의 박맹우 울산시장은 2일 “지난해 6월 울산박물관이 개관한 지 불과 1년8개월 만에 50만번째 관람객을 맞이했다”며 “10년 전과 비교해 울산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울산대공원 내 동문 쪽 3만3000여㎡ 부지에 자리 잡은 울산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 연면적 4만6200㎡(약 1만4000평)로 전시물만 2000여점에 이른다. 여기에도 박 시장의 기업 사랑이 곳곳에 묻어 있다. 박물관 2층 교육홀 벽면에 20.3㎡ 규모로 설치된 ‘울산 명장의 전당’에는 울산에서 배출된 대한민국 명장 37명, 한국 품질명장 127명 등 총 164명의 이름과 소속, 분야 등이 등재돼 있다.

박 시장은 “울산의 풍요는 바로 산업화에 피와 땀을 바친 근로자들과 기업인 덕분에 가능했다”며 “이들의 이름을 영원히 되새기며 울산 재도약의 원천으로 삼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말했다.

산업사 1관과 2관에는 산업수도 울산의 출발점을 알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울산공업지구 선언문과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지역 기업이 꾸민 울산 주력산업 역사관이 각각 자리잡고 있다.

박 시장은 울산 산업사를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산업역사박물관 울산 유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울산테크노파크를 10년 전 착공할 때도 정말 막연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지역 대기업에서조차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대기업들이 스스로 테크노파크를 찾아 유망 벤처기업들과 기술교류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울산테크노파크가 공단에서 나오는 수소·이산화탄소 등 부생가스를 활용한 녹색기술 실용화사업을 대표적인 상생사례로 손꼽았다. 울산테크노파크는 2009년부터 SK이노베이션과 공동으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건축용 자재 등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그린폴)를 만드는 기술개발에 나서 2014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산업단지 조성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박 시장은 기업들의 휴·폐업이 속출하던 2009년에 “2011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1000만㎡(약 300만평)의 공장용지를 조성하겠다”고 나서면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당시 울산시가 2차 분양에 들어간 신일반산업단지에 고작 4개 업체만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비판 강도는 더욱 커져갔다.

하지만 박 시장은 “성장 없이 복지는 절대 없다”고 밀어붙였다. 그는 오히려 향후 10년 이내 1700만㎡(약 514만평)의 공장부지가 더 필요할 것이란 예측까지 내놓으며 저가 공장용지 조성에 올인했다. 정호동 울산시 투자지원단장은 “2005년부터 조성해온 10개 지방공단 300만㎡ 규모의 공장부지 전체를 300여개 기업에 모두 분양했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한 지난 5년간 9조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로 5만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지난해 투자 유치도 33개 기업 5000억여원에 달했다.

박 시장은 올해부터 음폐수(음식물 쓰레기 폐수)의 해양배출 금지로 일부 지자체에서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울산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도 공단처럼 미래를 내다보고 사전에 착실히 준비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울산시는 가정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전량 소각처리하면서 발생하는 스팀(수증기)을 공단에 공급해 연간 180여억원의 수익도 거두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50년간 세계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했던 성장의 역사를 울산에서 이뤘다”며 “첨단 과학기술과 지식, 경제를 융합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도시로 뻗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