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슈만 '아름다운 5월에'
북유럽은 우리보다 늦게 봄을 맞이한다. 그래서 T.S.엘리엇의 ‘잔인한 4월’이 지나야 하인리히 하이네의 ‘아름다운 5월’이 다가오는 것이다. 시인은 5월을 맞아 세상의 모든 꽃봉오리가 터질 때 가슴속에 사랑의 싹을 느낀다. 그래서 그에게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5월인 것이고, 새들이 찬연한 봄을 노래할 때 누군가를 향해 사랑을 고백한다.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의 시작은 이렇다.

올해만큼 ‘아름다운 5월’이라는 시구를 절실하게 받아들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봄기운은 얼마 전까지도 싸늘했다. 이제는 하이네처럼, 슈만처럼, 또는 ‘시인의 사랑’을 기막히게 잘 부른 프리츠 분덜리히처럼 사랑을 노래할 때다. 사랑이 꼭 선남선녀의 관계뿐이랴.

그 의미나 대상을 좁게 해석할 필요는 없으리라.

유형종 음악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