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라면을 먹고 간식으로도 라면을 끓인다는 김민석 씨(오른쪽)와 하루 10봉지의 스낵을 먹어도 자꾸만 손이 간다는 임이랑 씨. 임씨는 “온종일 먹어도 즐겁고 맛 감별력까지 갖췄다면 농심 연구원의 기본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매일 아침 라면을 먹고 간식으로도 라면을 끓인다는 김민석 씨(오른쪽)와 하루 10봉지의 스낵을 먹어도 자꾸만 손이 간다는 임이랑 씨. 임씨는 “온종일 먹어도 즐겁고 맛 감별력까지 갖췄다면 농심 연구원의 기본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서울 신대방동 농심 본사는 3개동으로 이뤄져 있다. 주로 인문계 출신들의 일터인 경영지원·영업팀이 있는 농심관, 이공계 연구개발자 랩과 농심 인재원이 있는 도연관, 농심 제품을 파는 식당·커피숍 및 다른 계열사들이 입주한 성무관이 있다. 농심 임직원들은 대지면적 3만1852㎡(약 1만평)인 이곳을 ‘농심캠퍼스’라고 부른다.

2년 전 농심캠퍼스를 찾았을 때도 금요일이었다. 농심 구내식당은 매주 금요일 점심 땐 라면이 나온다. 신제품이 나올 때는 농심 가족에게 먼저 맛을 보인 뒤 출시한다. 금요일인 지난 26일엔 너구리가 나왔다.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끈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서 만든 면) 덕에 농심은 지난 3월 라면시장 점유율 70%를 회복했다. 또한 농심은 ‘한국의 맛을 세계에 심는다’는 비전으로 전 세계 80여개국에 신라면 등 4억4000만달러를 수출하며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해 국내 생산 라면 35억개 중 24억개를 만드는 농심. 1965년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라면시장 1위에 오른 비결은 ‘최고 연구인력에서 최고 품질이 나온다’는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창립 50주년을 맞는 농심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올 상반기에 농심 가족 50여명을 뽑는다. 지금의 농심을 만든 원천인 도연관에서 3~4년차 식품연구원 두 명을 만났다. 인터뷰를 했던 회의실엔 ‘나는 장수식품을 개발하는 인간이다’라는 문구가 액자에 걸려 있었다.

◆“식품, 그리고 농심은 내 운명!”

[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짜파구리 같은 혁신, 우리와 만들어요"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먹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면 얼마나 좋을까. 바로 그런 사람을 만났다. 농심 스낵개발 연구원 임이랑 씨와 라면스프개발 연구원 김민석 씨가 그들. 매일 오전 9시 라면 국물 분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김씨는 라면으로 아침을 먹을 정도의 ‘라면남(男)’이다. 먹어도 먹어도 자꾸만 손이 간다는 임씨는 하루에 스낵 10봉지도 거뜬히 먹어 치울 수 있는 ‘스낵녀(女)’다.

“사람이 안 먹고 살 순 없잖아요.” 남자였지만 김씨가 식품공학을 전공한 이유였다. 수많은 식품회사를 놔두고 농심을 택한 이유는 ‘어머니의 새우깡 사랑’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누나들을 임신하셨을 때 새우깡이 그렇게 먹고 싶으셨대요. 하지만 새우깡이 귀해 먹고 싶은 만큼 못 드시고 아껴아껴 드시며, 먹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셨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어요. 어린 마음에 ‘이 다음에 크면 우리 엄마 새우깡 원없이 먹게 해 드릴게요’ 하고 손가락 걸고 약속했죠. 당연히 농심은 제가 입사할 회사 1순위가 된 거죠.”

어린 시절 임씨의 집 곳곳엔 언제나 요리잡지가 널려 있었다. “어머니가 구독하신 요리잡지를 교과서보다 더 많이 보았어요. 생소한 향신료와 치즈이름을 달달 외우고 다닐 정도였죠.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지금도 그때 요리잡지를 다 보관하고 있을 정도예요.”

◆“어머니의 뒷모습서 배운 요리!”

농심은 상반기 채용에서 식품 연구개발 인력을 10여명 뽑는다. 농심 연구원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역량은 뭘까. 김씨는 우선 창의적 마인드를 꼽았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라면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몫이거든요. 봄철엔 벚꽃·진달래라면, 여름엔 매실라면, 가을엔 사과라면 등 전혀 생각하지 못한 라면들을 만들어보려는 마음이 중요할 것 같아요. 물론 최근의 식품 트렌드와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는 또 ‘말 통하는 후배’가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을 살짝 내비쳤다. “어쩌면 연구개발이 더 중요할 것 같지만, 온종일 연구실에서 협업을 통해 맛있는 스프를 만들려면 생각을 함께 나누고 대화가 되는 사람이라면 연구성과도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는 현재 분말스프, 페이스트, 액상스프 등 모든 종류의 농심스프 개발을 배우는 중이다.

대학시절 한식·양식·중식 조리사 자격증을 딴 임씨는 음식과 관련된 많은 경험을 해볼 것을 주문했다. “저는 전시회를 가도 식품, 푸드 스타일링 박람회를 찾았어요. 식당도 신문에 난 맛집을 찾아다녔고 해외여행을 가도 요리학교 투어를 할 정도였죠.”

임씨는 당장 내게 이익이 안돼도 좋은 경험을 할 기회가 오면 꼭 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 4학년 때 농촌진흥청 산하 한식세계화연구단 인턴을 했어요. 무보수에 수원까지 매일 출퇴근해야 했지만, 당시 경험이 면접 때는 물론 지금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음식연구는 일이 아니라 삶!”

임씨는 과자 하나를 먹어도 두께가 어느 정도인지, 맛과 색은 같은지, 바삭한 정도는 어떤지를 생각한다. 그는 “먹는 것을 좋아한다면 스낵개발 연구원이 될 기본 자질이 된 사람”이라며 “맛을 분별하는 미각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먹는 것을 즐기고 그것이 일이 아니라 삶으로 여기면서 끝없이 배우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농심캠퍼스로 오세요.” 회사의 지원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임씨는 제과제빵 자격증에 도전 중이다.

90여개 농심라면 중 신라면을 가장 좋아한다는 김씨에게 맛있게 라면 끓이는 비법을 물어보았다. “포장지 뒷면 조리법 그대로 끓이면 제일 맛있어요. 수많은 연구원이 수년간에 걸쳐 과학적 데이터와 연구를 거쳐 내놓은 최고의 배합법이기 때문이죠.”

밥보다 라면을 더 좋아하는 김씨는 어떤 꿈이 있을까. “아직은 배워야 할 게 훨씬 많지만, ‘00라면 스프개발은 민석이가 최고야, 그 분야에선 민석이 만한 사람이 없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단순히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기보다는 어떤 한 라면을 생각했을 때 누구나 제 이름을 떠올리게 하고 싶어요.”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 임이랑 1986년생, 숙명여대 식품영양학, 학점 3.72/4.5, 토익 900점, 2009년 11월 입사 스낵개발팀 사원

● 김민석 1983년생, 동국대 식품공학 석사, 학점 4.38/4.5, 토익 845점, 2011년 1월 입사 스프개발팀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