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채권형펀드 수탁액이 10조원을 돌파했다. 2009년 1조원을 넘어선 지 4년 만이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해외채권형펀드가 ‘금리+알파(α)’의 수익이 기대되는 대표적 중수익·중위험 상품으로 부상, ‘자금몰이’를 하고 있다.

28일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해외채권형펀드 수탁액(공모·사모 합계)은 지난 24일 10조130억원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채권형펀드를 본격적으로 판매한 2009년 말 1조3173억원이던 수탁액이 3년 반 사이 8배 가까이 커졌다. 펀드 수는 2009년 64개에서 336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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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채권형 성과 웃돌아

해외채권형펀드의 투자 열기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부진한 증시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저성장, 저금리로 투자자들이 기대 수익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면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투자처로 해외채권형펀드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금 손실을 꺼려온 보수적인 예금 투자자마저 낮은 금리 때문에 해외채권형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3년간 해외채권형펀드가 올린 수익은 연평균 8%. 국내주식형펀드(3.6%)와 국내채권형펀드(5%)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상위권 펀드들은 지난 1년간 15% 안팎의 수익률을 거뒀다. 올해는 이머징채권이나 글로벌하이일드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들이 6~8%의 견조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 전망이다.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최근 3년간 펀드자금(공모펀드)의 흐름을 보면 해외채권형펀드에는 6조8539억원이 유입됐다. 펀드 유형 중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다. 반면 해외주식형펀드와 국내주식형펀드에서는 각각 19조6237억원, 9조5529억원이 빠져나갔다.

해외채권형펀드가 올 들어서만 끌어모은 자금은 1조6571억원에 이른다. 해외채권형펀드가 각광받는 이유는 단연 안정적인 수익률 덕분이다.

올 들어 국내주식형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26일 기준 -1.74%)로 부진한 데 비해 해외채권형펀드는 2.52%로 지난해(9.44%)에 이어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기간별로 해외채권형펀드는 △1년 10.52% △2년 15.05% △3년 24.83%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 3% 안팎인 정기예금 금리나 국내채권형펀드 성과(5%)를 크게 웃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12년 중 10년간 채권펀드가 시중금리 수준을 앞섰다”며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하며 보수적인 예금 투자자들도 해외채권형펀드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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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일드채권, 올 8% 수익 기대

올해도 해외채권형펀드를 통해 6~8%의 수익은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상품마케팅 본부장은 “일본처럼 저성장, 저금리가 고착화하면서 해외채권 투자 수요는 갈수록 많아질 것”이라며 “올해 경기 회복으로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차이)가 줄어들면서 하이일드채권과 이머징채권은 견조한 수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선진국 국채는 양적완화로 초저금리 상태라 투자매력이 줄어들었지만 탄탄한 펀더멘털과 경기 턴어라운드에 힘입어 이머징채권과 글로벌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좋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스티브 앨리스 피델리티자산운용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해처럼 두 자릿수 수익률은 어렵더라도 글로벌 경기회복세와 미국 국채 금리의 완만한 상승 흐름 속에서 달러표시 이머징 국채에 투자하는 펀드는 5% 전후의 양호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하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 채권운용본부장도 “이머징 현지통화 표시채권은 채권시장 금리 하락으로 자본 이득이 발생하고 있어 당분간 견조한 성과를 낼 것”이라며 “하이일드채권 역시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와 경기 회복에 따라 낮은 부도율을 나타내고 있어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채권형펀드 수익률이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원화 가치가 높아지거나 투자 대상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익률이 예상보다 내려갈 수 있다. 펀드가입 전 환헤지를 하는지 미리 따져봐야 한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