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우경화 징검다리 아니냐" "日디플레 탈출은 한국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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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인회의…'아베노믹스' 충돌
韓 "과거사 간과한 협력 우리국민 설득 못해"
日 "한국 저성장은 美·유럽 침체 때문"
韓 "과거사 간과한 협력 우리국민 설득 못해"
日 "한국 저성장은 美·유럽 침체 때문"
한국과 일본의 주요 기업인 300여명이 참석한 한일경제인회의가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덕담을 주고받으며 양국 산업계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던 과거와 달리 올해 회의장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글로벌 경제위기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한 세션에선 돈을 풀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둘러싸고 두 나라 주제발표자들 사이에 극명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출신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 지난 주말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엔저 정책이 사실상 용인된 점을 거론하며 선제 공격을 폈다.
그는 “엔저 정책이 마치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처럼 일본이 쾌재를 부를 일이 아니다”며 “엔저가 디플레이션 탈출뿐 아니라 우경화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냐는 한국인들의 분노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 이사장은 양적완화 정책을 ‘펌프’에 비유하며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미국은 달러가 기축통화인 데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나 되기 때문에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강력한 펌프로 내부 문제를 밖으로 퍼낼 수 있다”며 “반면 비중이 8%인 일본은 중간 성능의 펌프여서 양적완화로 퍼낸 것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면 일본 경제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이사장은 △과거사를 진정한 사과 없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은 것 △아시아 외환위기 때 소극적 지원으로 동아시아의 맹주가 될 기회를 놓친 것 △자유무역을 싫어하는 폐쇄성 △비정부기구(NGO)와 언론의 비판 기능 부족 등을 일본이 저지른 네 가지 실수라고 지적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도 “미국과 유럽은 일본의 디플레 탈출이 글로벌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겠지만 경쟁 관계인 한국은 엔저에 경계심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정치권에서 우경화 주장이 연이어 나오는 마당에 한·일 협력을 얘기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고 한국 국민들을 설득하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본 측 참석자들은 엔저로 일본 경제가 부활하면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반박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자문단의 가메자키 히데토시 위원은 “아베 정부는 15년 동안 지속된 디플레를 벗어나기 위해 과감히 돈을 풀어 물가를 올리는 대담한 금융정책, 신속한 재정정책,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성장전략 등 세 개의 화살을 쐈다”며 아베노믹스를 옹호했다.
특히 그는 “일본 경제가 강해지면 저절로 엔고가 다시 올 것”이라며 “한국의 성장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원화 강세가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수출 대상국들의 경기침체 때문이며 일본의 디플레 탈출은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고 맞받았다.
무코야마 히데히코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도 “급격한 엔저는 한국에 분명히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삼성 LG 등에 밀린 일본 전자회사들이 엔저로 과거의 경쟁력을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일본에서 설비나 원자재를 들여오는 일부 한국 기업에는 엔저가 유리하다”며 “일본의 성장이 빨라지면 한국이 일본 시장에 매력적인 상품을 투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해영/배석준 기자 bono@hankyung.com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출신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 지난 주말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엔저 정책이 사실상 용인된 점을 거론하며 선제 공격을 폈다.
그는 “엔저 정책이 마치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처럼 일본이 쾌재를 부를 일이 아니다”며 “엔저가 디플레이션 탈출뿐 아니라 우경화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냐는 한국인들의 분노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 이사장은 양적완화 정책을 ‘펌프’에 비유하며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미국은 달러가 기축통화인 데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나 되기 때문에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강력한 펌프로 내부 문제를 밖으로 퍼낼 수 있다”며 “반면 비중이 8%인 일본은 중간 성능의 펌프여서 양적완화로 퍼낸 것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면 일본 경제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이사장은 △과거사를 진정한 사과 없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은 것 △아시아 외환위기 때 소극적 지원으로 동아시아의 맹주가 될 기회를 놓친 것 △자유무역을 싫어하는 폐쇄성 △비정부기구(NGO)와 언론의 비판 기능 부족 등을 일본이 저지른 네 가지 실수라고 지적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도 “미국과 유럽은 일본의 디플레 탈출이 글로벌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겠지만 경쟁 관계인 한국은 엔저에 경계심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정치권에서 우경화 주장이 연이어 나오는 마당에 한·일 협력을 얘기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고 한국 국민들을 설득하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본 측 참석자들은 엔저로 일본 경제가 부활하면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반박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자문단의 가메자키 히데토시 위원은 “아베 정부는 15년 동안 지속된 디플레를 벗어나기 위해 과감히 돈을 풀어 물가를 올리는 대담한 금융정책, 신속한 재정정책,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성장전략 등 세 개의 화살을 쐈다”며 아베노믹스를 옹호했다.
특히 그는 “일본 경제가 강해지면 저절로 엔고가 다시 올 것”이라며 “한국의 성장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원화 강세가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수출 대상국들의 경기침체 때문이며 일본의 디플레 탈출은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고 맞받았다.
무코야마 히데히코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도 “급격한 엔저는 한국에 분명히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삼성 LG 등에 밀린 일본 전자회사들이 엔저로 과거의 경쟁력을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일본에서 설비나 원자재를 들여오는 일부 한국 기업에는 엔저가 유리하다”며 “일본의 성장이 빨라지면 한국이 일본 시장에 매력적인 상품을 투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해영/배석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