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 용인' G20회의 日에 완패?…기재부, 아니라고 하지만 시장 반응 '싸늘'
주요 20개국(G20)이 최근 워싱턴에서 끝난 재무장관회의에서 일본의 ‘엔저(엔화가치 하락)’를 용인했다는 평가에 대해 한국 정부가 연일 해명에 나서고 있다.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23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G20 공동선언문에는 엔저를 용인했다는 내용이 어디에도 없다”며 “사실과 다른 인식이 확산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한국 정부의 강력한 요구로 일본의 양적완화에 대한 우려를 공동선언문에 반영시켰다고 강조했다. 당초 합의문 초안에는 양적완화 정책이 ‘단기 성장 지원을 위한 것(support short-term growth)’으로 표현됐지만 이를 ‘내수 진작(support domestic demand)’으로 바뀐 점을 예로 들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내수와 수출이 늘어나야 하는데 정책의 목표를 내수로 한정, 양적완화를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었다는 설명이다.

최 국장은 “G20 공동선언은 특정 나라를 지목해 비판할 수 없다”며 “이 정도면 실효성 있는 제재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엔저를 용인할 경우 중국 정부에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요구할 수 없다”며 “실제 G20 내부적으로는 일본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 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전날 똑같은 내용의 해명자료를 낸 데 이어 이날 담당국장까지 직접 브리핑에 나선 배경을 놓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G20 회의 직후 열린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번 회의를 ‘일본의 외교적 승리’로 평가하고 있는 마당에 기재부의 ‘뒷북 해명’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실제 달러당 엔 환율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99.90엔까지 치솟는 등 100엔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곽병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G20 회의 결과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미흡했다’는 것”이라며 “양적완화의 목적이 엔저가 아니라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일본의 논리가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도 “한국 정부의 해석보다는 일본 정부가 G20 회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가 시장의 관심”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기재부의 해명이 현오석 부총리(사진)의 해외 첫 국제무대 데뷔가 효과 없이 끝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