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접근성, 어떻게 달라졌나
포털 '네이트' 통해 살펴보니…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그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배우 송혜교는 시각장애인 역할을 맡았다. 송혜교가 하이힐을 신고, 립스틱을 능숙하게 바르는 장면은 극 초반 화제를 모았다. 이들 행동이 불가능할 것이란 ‘편견’과 달리 시각장애인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이었다.

시각장애인들이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하는 일은 어떨까.

이달 11일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든 법인 홈페이지의 웹접근성이 의무화됐다. 장애인, 노인 등도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모든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는 것.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도 최근 웹접근성을 강화했다. 지난 19일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를 찾아 ‘들리는 포털사이트’를 살폈다.
'그겨울' 송혜교가 실시간 검색어 확인하려면 … 웹의 작지만 큰 변화


◆'일, 악동뮤지션, 이십삼' 무슨 뜻으로 들리나요?

시각장애인은 컴퓨터 화면의 모든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정보통신(IT) 보조기기 ‘스크린리더’를 사용한다. 문제는 스크린리더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화면일 때 발생한다.

‘일. 악동 뮤지션. 이십삼’

무슨 뜻일까. 현재 실시간검색어 1위는 ‘악동 뮤지션’이고 23위 상승했다는 의미다. ‘1. 악동 뮤지션. △23’에서 화살표(△)를 읽어내지 못한 것. 홈페이지 운영자가 화살표 이미지에 ‘상승’ 이란 텍스트 내용을 입력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스크린리더는 단순히 텍스트를 읽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미지를 대신해 설명하는 ‘대체 텍스트’ 입력은 필수적이다. 네이트는 대체 텍스트에 신경을 쏟았다. 포털사이트의 특성상 이미지 사용이 잦기 때문이다.

‘색깔’로 서비스를 구분한 경우도 수정했다. 텍스트에 밑줄을 긋거나 화살표를 추가한 것. 시력이 매우 낮은 약시 환자들을 고려한 조치다.

약시 환자들은 컴퓨터 화면을 확대해서 사용하긴 하지만 색깔 구분이 힘들기 때문이다. 글자 색과 배경 색의 명도 대비도 뚜렷하게 조정했다. 일반적으로 4.5 대1 이상으로 맞춰져야 한다.
'그겨울' 송혜교가 실시간 검색어 확인하려면 … 웹의 작지만 큰 변화
◆"네이트 3000개 페이지 점검"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가 장애인에겐 ‘벽’이 되기도 한다.

김정윤 SK커뮤니케이션즈 UI팀장이 네이트에서 강화한 웹접근성을 시연하고 있다.
김정윤 SK커뮤니케이션즈 UI팀장이 네이트에서 강화한 웹접근성을 시연하고 있다.
기존 네이트는 첫 화면에서 뉴스와 실시간 검색어를 ‘자동롤링’ 방식으로 보여줬다. 사용자들이 일일이 페이지를 넘겨보지 않아도 다양한 내용을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의 경우 마우스를 사용해 원하는 내용을 클릭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화면이 빠르게 전환되기 때문이다.

네이트는 ‘자동롤링’ 기능을 멈출 수 있도록 ‘일시정지’ 버튼을 추가했다. 이밖에도 시각장애인이 방문한 페이지를 구분할 수 있도록 페이지의 제목을 붙였다.

김정윤 SK컴즈 UI팀장은 “34개 검사항목으로 세분화된 가이드에 따라 웹접근성을 강화했다” 며 “네이트에서 구현되는 거의 모든 페이지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또 “내부 웹접근성 평가 툴에 따라 점검한 결과 국내 주요 포털 중 네이트의 웹접근성 점수가 가장 높게 나왔다” 며 "지속적으로 웹접근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