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씨바이오 "슈퍼알약으로 제약업계 구글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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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약품 개발경험 살려 의약품 사업진출
자체 개발 개량 신약 잇따라 출시 '주목'
자체 개발 개량 신약 잇따라 출시 '주목'
코스닥 상장사인 씨티씨바이오(사장 조호연)는 제약업계의 이단아다. 동물의약품 전문업체로 갈고닦은 노하우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 분야에 적용하는 것부터 이채롭다. 세계적 제약사들의 특허 틈새를 파고드는 개량신약 전략과 유통망을 잘 갖춘 국내외 제약사에 판매 및 생산을 맡기고 자신은 제품 개발에만 전념하는 전문화 전략도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기업 운영 방식이다.
○동물의약품 기술 적용
1996년 동물의약품 회사로 출발한 씨티씨바이오는 동물사료 첨가효소제 ‘씨티씨자임’을 개발하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동물사료용 효소첨가제는 가격이 비싼 옥수수나 콩 대신 값싼 밀을 먹어도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효소 약품이다. 미국의 바이오기업 켐젠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동물사료 첨가효소제는 액상형으로 만들어진 데 비해 씨티씨바이오가 2005년 개발한 제품은 가루형으로 열에 강해 축산농가에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판매 승인도 받았다.
조호연 사장은 “씨티씨자임은 지난해 매출 150억원에 영업이익률 60%를 기록한 고부가가치 동물의약품”이라며 “바스프와 듀폰 등 글로벌 업체들이 특허 매입 의사를 타진할 정도로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필름형’ 약품에 독보적인 기술을 갖추게 되면서부터다. 필름형은 입 안에 넣으면 녹는 얇은 필름 모양의 약품을 말한다. 조 사장은 “주사는 동물에 스트레스를 줄 뿐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인부들이 약을 버리고 ‘주사를 놨다’고 거짓말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2000년부터 기술자들을 모아 연구하던 중 필름형에 착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필름형 약품을 만드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 발기부전치료제가 눈에 띄었고, 2011년 비아그라 성분을 개량한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를 국내에서 처음 개발,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약처)으로부터 승인을 얻었다.
○개량신약 강자로
씨티씨바이오가 지난 3월 식약청으로부터 국내 최초(세계 두 번째)로 조루증 치료제 ‘이너프’ 허가를 얻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씨티씨바이오의 조루증 치료제는 이전에 나온 조루증약 ‘프릴리즈’(얀센) 성분과는 전혀 다른 ‘우울증치료 성분’을 용도 변경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의사나 약사 등 전문가들은 우울증 치료제가 조루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일부 의사는 처방도 했지만 어느 제약사도 이를 약으로 만들어볼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콜럼버스의 달걀 식으로 발상의 전환을 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이 회사가 지난달 일본의 다이치산교와의 특허분쟁에서 이긴 고혈압치료 개량신약 ‘올메살탄’은 특허회피 전략의 산물이다. 특허가 끝나지 않은 약품 연구를 통해 성분을 바꾸거나 제형을 변경해 틈새를 파고들었다. 이 품목은 국내에서만 연간 1000억원어치가 팔린다.
씨티씨바이오는 요즘 조루증과 발기부전치료제를 한 알에 담은 ‘슈퍼알약’을 개발 중이다. 오는 6월부터 호주에서 임상시험(2상)을 시작한다. 조 사장은 “1년가량 걸리는 2상 시험이 끝난 뒤 다국적 제약사들과 라이선스 매각 협상을 할 계획”이라며 “슈퍼알약은 씨티씨바이오가 제약업계의 구글이나 애플로 도약하기 위한 승부수”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 15일 유상증자로 조달한 320억원 가운데 150억원을 슈퍼알약 임상시험에 투입할 계획이다.
○“생산·판매는 남에게 맡긴다”
조 사장은 “대형 제약사들과 달리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메바형 조직”이라고 말했다. 180여명의 직원이 실패 가능성을 안고 있는 혁신적 제품 개발에 매달릴 수 있는 것은 국내외 판매, 생산을 전문업체에 맡기기 때문이다. 예컨대 66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은 발기부전치료제 ‘플리즈’의 해외 판매는 글로벌 제네릭 1위인 테바에 맡기고, 미국과 유럽 진출을 위한 해외 생산은 이 분야 1위인 미국의 카탈란트에 위탁하는 식이다. 발기부전·조루증 복합제의 해외 임상은 글로벌 임상전문 1위 기업인 호주 퀸타일즈에 맡겼다. 예전부터 공장을 갖고 있던 필름형 약품만 자체 생산하고 있다.
조 사장은 “해외시장은 로열티를 받고 전문 기업에 맡기는 글로벌 협업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직접 영업하기보다는 임상 단계부터 자금을 지원하며 관심을 보인 회사에 판권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