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임직원이라면 한국 영화를 보지 않고선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영화 ‘런닝맨’에 메인 투자자로 참여한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의 샌퍼드 패니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할리우드에서 한국 영화인들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 활약상이 유난히 두드러졌다. 이병헌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주연급에 이름을 올렸다. 또 박찬욱, 김지운 감독은 미국의 제작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연출 세계를 선보였다.

한국 영화인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도 할리우드를 공략 중이다. 2008년 ‘강철중’을 시작으로 미국 배급 시장에 직접 뛰어든 CJ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미국인의 시각에 의해 선별된 게 아닌 한국의 다양한 영화를 직접 소개하고 알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며 “직배 초기보다 점차 주요 도시, 주요 극장 체인으로 배급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설의 주먹’을 비롯해 ‘신세계’ ‘광해, 왕이 된 남자’ ‘베를린’ 등 한국 영화들이 북미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12일 북미에서 개봉한 ‘전설의 주먹’은 첫 주말(12~14일) 동안 23개 상영관에서 4만9252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주목할 만한 흥행은 아니지만 한국(10일 개봉)과 같은 주에 북미에서 개봉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이전에 비해 주요 도시, 주요 극장 체인으로 상영 범위가 확대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베를린’은 지난 2월15일 북미에서 개봉해 이달 14일까지 66만4781달러를 벌어들였다. 현재 LA CGV 1개 관에서 상영 중이지만 장기간 미국 관객을 만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베를린’의 경우 액션 장르란 특성 덕분에 다른 한국 영화와 달리 한인 외 외국 관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광해’도 지난해 9월21일 북미 개봉돼 29주째 장기 상영 중이다. 14일까지 92만2600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 밖에 ‘늑대소년’ 등도 미국 시장에 직접 배급하며 영향력을 꾸준히 키워가고 있다.

이와 달리 ‘신세계’는 북미 배급사인 웰고USA가 마켓에서 직접 ‘신세계’를 구매해 개봉했다. 한국으로 치면 국내 수입사가 마켓에서 외화를 구입해 국내 개봉하는 것과 같다. ‘신세계’는 지난달 22일 북미에서 개봉해 첫 3일 동안 24개관에서 12만9954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개봉 4주차를 보낸 ‘신세계’는 14일까지 45만222달러를 벌어들였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소니픽처스가 ‘신세계’ 리메이크를 결정했을 만큼 매력적인 이야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황성운 텐아시아 기자 jabongdo@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