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플랜트·자원개발 속도 낸다
삼성물산이 세계적인 엔지니어링회사 에이멕(AMEC)과 제휴해 △헬스케어 △자원개발 연계 인프라 △발전 플랜트 등 신사업 진출을 가속화한다. 주택 토목 등 기존 건설업 영역을 확장, 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기본설계 분야의 강자인 에이멕과 손잡은 것이다.

정연주 삼성물산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은 15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사미르 브리코 에이멕 최고경영자(CEO)와 오찬 회동을 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에이멕은 세계 40개국에 2만9000명의 임직원을 둔 영국계 설계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다.

그는 “에이멕은 발전 플랜트와 광산,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등의 설계에서 세계적인 회사”라며 “양사는 주로 영국 미국 호주 등 에이멕이 강한 지역에서 관련 사업에 공동 진출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양사는 지난해 900㎿ 규모의 석탄가스화복합발전소를 짓는 영국 돈밸리 사업에 함께 뛰어들었으나 프로젝트 자체가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양사 간 관계는 그후 오히려 돈독해졌고, 이번에 포괄적 협력 합의라는 결실을 맺었다.

정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지내다 2010년 삼성물산으로 옮겼다. 이후 신성장 동력으로 자원개발 연계 인프라 사업과 민자발전사업(IPP), 헬스케어 사업 등의 확대를 추진해 왔다. 3년이 지나면서 점차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물산이 발전 사업에서 설계·구매·시공(EPM)을 모두 맡은 것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의 슈웨이핫2 사업이 처음이지만, 지난해 사우디 쿠라야 민자발전사업을 새로 따내는 성과를 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25억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라빅2 민자발전사업은 올 2분기 본계약이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수주한 호주 로이힐 철광석 인프라 개발 사업은 자원개발 연계 인프라 분야의 첫 번째 성과다. 규모가 56억호주달러(약 6조5000억원)에 달한다. 또 헬스케어 사업으로 추진해온 터키 가즈안텝 병원 프로젝트도 올해 하반기에는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물산이 에이멕과 손잡은 이유는 이 같은 신사업을 확대하려면 기본설계 능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건설사는 시공에서는 탁월한 경쟁력을 갖췄지만, 기본 구조를 설계하는 분야의 경험에선 약점이 많다. 에이멕과의 협력으로 삼성물산은 이런 약점을 메울 수 있게 됐다.

한편 정 부회장은 건설사들의 해외 저가수주 논란과 관련, “삼성물산은 저가수주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는 시장에 대해 공부부터 하고 들어간다. 1년 이상 시장을 알고 수주에 나서야 하는데, 수주부터 하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