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나도 주식시장은 열릴까?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증시는 열린다. 개별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사회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거래 연속성'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들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국은 시스템 보호와 데이터 백업 등을 실행하는 시나리오별 대처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 역사상 대북 위험이나 특별한 상황 때문에 영업을 정지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과 관련 도발들이 이어지면서 많은 일반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지만 과거 비슷한 경우에도 주식시장이 문을 닫은 경우는 없었다.

다만 증시 개장 시간이 변경된 경우는 두 차례 있었다.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에 따라 개장 시간이 오후장(오후 1시20분~3시20분)로 밀린 적이 있고, 2001년 9·11 사태 때도 시장 충격을 고려해 매매거래 시간이 낮 12시부터로 변경된 적은 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안요인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더라도 투자자의 가치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증시에는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리 준비된 '사업연속성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에 따라 거래소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와 금융당국 협조해 시장 운영 사항을 결정한다. 비상시가 아닐 경우에 시장 운영은 시장업무 규정 5조와 6조(임시정시 및 재개, 휴장)에 따라 결정된다.

비상시에는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 휴장과 시스템 보호, 데이터 백업 등을 실행하는 시나리오별 대처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거래소는 '거래의 연속성'을 유지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비상대책계획이 있다"며 "국지적 교전이나 교전 확산, 수도권 위협 등 시나리오별 단계적 대응안들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전쟁이 나면 전날 팔았던 주식 대금을 받을 수 있을까? 통상 거래대금은 체결일 이후 2거래일에 결제된다. 그러나 전쟁으로 시장이 휴장에 들어갔다면 환매는 재개장일부터 2거래일이 지나야 가능하다. 휴장일은 결제일나 거래일로 인정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는 당시 상황에 따라 시장의 휴무가 달라졌다. 세계 1차 대전 당시에는 미국 뉴욕증시 등이 열리지 않았다. 전쟁 지역이 아니었음에도 투자자들의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뉴욕증시는 1914년 7월31일 휴장에 들어가 재개장됐던 같은해 12월12일에는 투매현상이 이어지면서 무려 24%나 빠졌다. 독일 증시는 패전국 부채까지 짊어진 탓에 재개장 후 90%나 급락했다.

반면 세계 제2차대전때는 휴장한 적이 많지 않았다. 1차 대전은 급작스레 전개됐던 만큼 충격이 컸지만 2차 대전 때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관련된 국가들의 증시는 3년여 동안 일부 휴장과 재개장을 반복했지만 연속성을 유지했다. 당시 미국 뉴욕증시 다우존스 지수는 전쟁 기간중 부침을 보이다가 1918년 종전 이후 승전국 특수 효과로 119.62까지 급등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는 "기업가치나 경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내일 전쟁이 날까봐 오늘 주식을 팔까' 하는 판단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전쟁이라는 극닥전인 상황을 피해야 하는 만큼이나 투자자들은 극단적인 심리로 안 빠지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